내가 필요할땐 ‘인면수심’ 자기들 절박하니 ‘부고장’… 이거 어떡하나요?

입력 2015-05-13 01:30
사진= 국민일보DB,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어릴 때부터 인연을 끊고 산 친척의 부고장을 받는다면?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정쪽 큰아버지 장례식 참석을 놓고 고민하는 결혼 1년차 여성의 글이 올라왔다.

한국 전통의 ‘정’이란 관점에서 보면 참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글의 내용을 보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있어 소개해본다.

글쓴이에 따르면 글쓴이 아버지 식구는 많았다고 하는데 글 내용에 등장하는 사람은 큰 아버지와 글쓴이 아버지, 셋쌔 작은 아버지, 고모다.

그런데 글쓴이가 어릴 적부터 둘째인 글쓴이의 아빠가 거의 장남 역할을 해오는 관계로 너무나 가난하게 생활했다고 한다.

단칸방에 아버지와 엄마, 글쓴이와 동생을 비롯해 치매 걸린 할머니, 작은 엄마 아들, 고모의 자식들 4명 등 총 9명이 살 정도였다.

그 이유는 하나 같이 ‘비정상적’인 집안 어른들 때문이었다.

엄청 잘 살았던 큰 아버지는 철저하게 집안을 멀리했는데, 결국 글쓴이 할머니도 아들이 보고 싶다며 큰집을 찾아갔다 빈방에 갇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삼촌은 알코올 중독이어서 작은 엄마가 집을 나갔으며, 고모는 고모부가 돌아가시자 자식을 4명을 놔두고 도망을 갔다고 한다.

글쓴이 부모는 식사조차 제대로 못할 정도였는데, 나중에 어른들이 자기 자식들을 다 데리고 가긴했지만 그 고생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래도 도리는 하고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 때문에 참고 살았는데 10년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는 완전히 친척들과 등을 졌다고 한다.

아버지는 정년퇴임 후 큰아버지랑 같이 일을 하시다 사고를 당한 것인데 그때도 큰아버지는 아버지의 잘못이 아니라는 주변의 진술과 달리 회사측 유리한 진술로 곤혹을 치렀다고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큰아버지를 비롯해 고모 등이 글쓴이 집안에 빚이 좀 있었는데 그 부담때문이었는지 아버지 돌아가신지 1년도 안돼 연락을 다 끊어버렸다.

1년 전 글쓴이 결혼식에는 큰집 오빠 외 그 누구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후 완전 연락을 끊고 살았는데, 얼마 전 중학교 때 이후 얼굴한번 보지 못한 삼촌 아들(사촌)에게 연락이 온 것.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꼭 연락 달라는 내용이었다.

글쓴이는 “아빠를 생각하면 가야하는 건 맞는데”라면서도 “사실 가고 싶지 않다. 저희 집에 했던 무수히 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화가 나고, 아빠 돌아가신 후 안면몰수하는 행태 보기도 싫다. 진짜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고 털어놓고는 누리꾼들의 조언을 부탁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그래도 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아니죠” “자기네들이 필요하니까 부르는 거네” “가지 말라고 하고 싶네요” “이웃보다 못한 인척인데 가야하나요” 등의 댓글이 대부분이었으나 얼굴은 비추는 것이 낫다는 반응도 있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