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이완구는 홍준표와 뭐가 다를까… 검찰 남은 과제는

입력 2015-05-12 17:05 수정 2015-05-12 17:06

당초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의 첫 번째 목표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라는 관측이 많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메모와 녹취록으로 남긴 의혹 가운데 시점이 가장 가깝고, 당시 정황에 대한 관련자 증언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에서 ‘귀인’이 등장하지 않았다. 금품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숨진 상황에서 돈을 전달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증언할 수 있는 결정적 증인이 없었다.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라는 돈 전달자가 존재하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1억원 수수 의혹 수사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결국 수사팀은 관련자들의 쪼개진 기억과 증거들을 모아 당시 정황을 구성하는 ‘우회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 돈 전달자 증언 없어도 객관적 입증 자신=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부여·청양 재선거 출마 당시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등 측근들 입에서 ‘4월 4일, 비타500박스에 돈을 담아 건넸다’는 요지의 구체적 증언이 쏟아졌다.

하지만 직접 돈을 전달한 당사자가 아닌 목격자 증언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다. 수사팀은 한국도로공사로부터 하이패스 기록을 제출받는 등 성 전 회장의 동선을 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의혹이 제기된 시점에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가 충남 부여 선거캠프 사무실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만났을 가능성을 하나씩 검증해가는 방식이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 지난한 과정을 “수백만개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 소환통보는 목격자 증언과 객관적 동선이 일치한다는 점을 수사팀이 증거를 통해 확인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선거캠프 자원봉사자였던 한모씨와 이 전 총리의 전 운전기사였던 윤모씨 진술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6일 두 사람을 동시에 불러 성 전 회장을 목격한 시점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한씨는 “성 전 회장을 본 날이 충남도청 개청식(4월4일) 때였다”고 일관된 진술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에 남은 과제는=이 전 총리를 사법처리하려면 수사팀이 풀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이 전 총리를 독대했다는 성 전 회장은 숨졌다. 사무실 안에서 실제 돈이 건네졌는지 증언할 사람이 없다. 성 전 회장의 방문 사실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 검찰 간부는 12일 “공여자이자 전달자인 성 전 회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수사팀 입장에서는 돈을 직접 조성하는 데 개입했거나 최소한 돈을 목격한 사람의 증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아직 이 전 총리에게 전달한 3000만원을 조성하는 데 개입했거나 직접 목격했다는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성 전 회장을 수행한 측근들은 최소 2, 3차례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돈을 담았던 것이 비타500 박스였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진술을 흐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선거캠프에 있었던 전·현직 도지사나 이 전 총리 측근들은 ‘성 회장의 방문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어 결정적 증언을 기대하기 힘들다. 성 전 회장이 마련했다는 돈의 출처와 이 전 총리가 받았다는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용처를 밝혀내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