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만한 아우가 없다’고 했던가. 영국 총선에서 참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에드 밀리밴드 전 노동당 당수의 형 데이비드 밀리밴드가 동생의 선거 전략을 비판하고 나서 차기 당수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에서 외교장관을 역임한 데이비드는 미국 뉴욕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는 참담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를 놓고 유권자를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노동당의 완패를 담담하게 인정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유권자들이 노동당이 제시한 공약을 원치 않았던 것”이라며 동생이 이끈 선거 캠페인을 비판했다.
또 동생과 전임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성공적 진보 정치의 핵심인 ‘열망’과 ‘포용’의 원칙에서 후퇴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면서 “1997년 이후 노동당이 성취한 것을 토대로 약점을 바로잡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 자체가 후퇴했다”며 지도부 책임론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 2010년 노동당 당수 경선에서 동생인 에드에 패한 데이비드는 2013년 정계에서 은퇴해 현재 뉴욕에 머물며 국제구호위원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일각의 정계 복귀 전망에 대해서는 “난 분명히 당권 후보가 아니다. 뉴욕에서 자선업무에 전념하고 있고 선거 결과에 따라 바뀌진 않는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압승을 거둔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총선 과정에서 노동당에 편향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공영방송 BBC에 ‘수신료 동결’ 카드를 꺼내들며 ‘버릇 고치기’에 나섰다.
캐머런 총리는 존 워팅데일 전 문화·미디어·체육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새 내각의 문화장관으로 지명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워팅데일 장관이 BBC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해온 인물이어서 이번 임명은 캐머런 총리가 BBC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BBC는 내년으로 예정된 칙허장(royal charter) 심사를 앞두고 있는데 현지 언론에서는 ‘반(反) BBC’ 인사인 워팅데일 장관의 임명으로 심사에서 논의될 수신료 인상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데이비드 밀리밴드 전 영국 외교장관 “동생 선거운동 잘못했다”
입력 2015-05-12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