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사장님 여기 문만 열면 밖에서 피우는 거나 다름없는데 왜 그러세요. 자 문 열게요. 됐죠?” 지난달 말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호프집에서 출입문 바로 앞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사장인 A씨가 실내흡연은 안 된다며 말렸지만 취기가 오른 손님은 막무가내였다. A씨는 “단속이라도 나올까 매번 조마조마한데 다행히 아직 별 일은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부터 금연구역을 100㎡ 미만의 소규모 음식점을 포함한 모든 음식점과 PC방, 커피숍으로 확대했다. 국민건강증진법이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석 달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달 1일부터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흡연자와 업소 모두 과태료 처분을 하고 있다.
한 달여 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 분위기가 바뀌긴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집 종업원은 “몇 주 전에도 몰래 피운다고 사정하기에 넘어가줬다가 연기가 새어나가 옆 테이블 항의가 빗발쳤다”며 “아직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방마다 벌금 안내문을 붙였더니 한결 나아졌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한식당 종업원도 “재떨이 대용으로 물 부은 ‘종이컵’을 달라고 하거나 전자담배는 괜찮다고 우기는 탓에 애를 먹는다”고 했다. 서울 사당동의 한 주점 종업원은 “몰래 피우다 걸리는 손님들에게 주의를 줄 때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대만 태우자’고 둘러댄다”며 “화장실에서 피우고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일도 흔하다”고 전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보면 관할구청이나 보건소, 120다산콜센터에 신고할 수 있다. 실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흡연자에게 10만원, 금연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업소에는 최초 17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두 번째 적발된 업소에는 330만원, 세 번째는 500만원 등으로 처벌이 무거워진다.
그러나 ‘신고’와 ‘단속’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장인 조모(27·여)씨는 매주 한 번씩 회식 때마다 팀원들의 ‘종이컵 흡연’을 몰래 신고한다. 그런데 매번 이튿날에서야 ‘현장 확인 당시 흡연자가 없었다. 흡연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계도했다’는 문자가 올 뿐이다. 조씨는 “흡연이 한창인 저녁 때 접수한 민원을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한 뒤 ‘흡연자가 없다’고 넘어가니까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한 달간 서울시 전체에서 실내 흡연 점검은 1만2238차례(자체 점검 및 민원접수) 이뤄졌지만 적발건수는 910건(7.4%)에 그쳤다. 부과된 과태료는 8859만원이다. 특히 음식점은 9832번이나 점검했는데 15건 과태료를 물리는데 그쳤다.
지방자치단체는 현실적으로 ‘적발’에 한계가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서울시와 각 자치구 소속 단속반은 142명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간혹 흡연 장면을 촬영해 민원을 넣기도 하는데 사진만으로는 신원을 알 수 없다”며 “24시간 안에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는 일반 지침 외에는 단속 관련 규정이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전수민 홍석호 기자 suminism@kmib.co.kr
[기획] 실내흡연금지 한 달, 공기 좀 맑아졌습니까?
입력 2015-05-12 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