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일어나 같이 살자” 日 위안부 피해 할머니 네팔에 성금

입력 2015-05-12 16:35

“우리는 여러 사람이 도와줘서 행복하게 사는데, 텔레비전을 보니 (지진 참상이) 너무 기막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빨리 일어나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쌈짓돈을 모아 지진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네팔을 돕는 데 내놓았다.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김군자(90) 이옥선(89) 할머니와 다른 이옥선(89) 할머니는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지구촌공생회를 찾아 성금 500만원을 전달했다. 이 돈은 나눔의 집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 10명이 십시일반 모은 돈이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할머니들이 네팔 소식을 방송으로 보시고 지난 일요일 나눔의 집 회의에서 십시일반하자고 뜻을 모으더니, 적지 않은 돈을 내놓으셨다”고 말했다.

이날 이옥선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성금을 전달하러 왔다. 이 할머니는 “너무 기가 막히고 말도 못할 정도로 안타까워서 할머니들끼리 얘기해 조금 모아 왔다.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김군자 할머니는 “성의껏 했지만, 우리가 많이 돕지 못해 죄송하고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복구가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자리한 다른 이옥선 할머니는 “어떻게든 빨리 일어나서 같이 살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당초 할머니들은 남들이 모르게 조용히 성금을 전달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지구촌공생회는 이 성금을 식수·식량 등 긴급구호품 전달과 피해지역 복구에 사용할 계획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