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러시아 귀화 방해공작’ 폭로에 논란 재점화… “누구야? 찾아내!”

입력 2015-05-12 10:54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 우나리씨와 함께 눈물을 흘린 안현수 / 소치=서영희 기자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30)가 “러시아 귀화 과정에서 ‘받아주지 말라’는 한국 측의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파벌 싸움과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 2014 소치동계올림픽 졸전으로 광풍이 휩쓸고 지나갔던 우리나라 쇼트트랙의 여러 논란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안현수는 11일 밤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에서 우리나라 쇼트트랙의 파벌 싸움과 자신의 러시아 귀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휴먼다큐 사랑’은 MBC가 부부나 연인의 사랑을 주제로 2006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방송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안현수와 아내 우나리(31)씨는 열 번째 주인공이다.

안현수는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치고 우리나라로 전해지지 않은 러시아에서의 일상과 결혼생활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안현수에게 꼬리표처럼 붙은 여러 논란들이 자연스럽게 거론됐다. 특히 러시아 귀화 과정에서 한국 측의 누군가가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빙상연맹 회장에게 “받아주지 말라”는 취지의 압력을 가했다는 안현수의 폭로가 주목을 끌었다.

안현수는 “내가 귀화할 때 ‘이 선수는 한국에서 문제가 많으니 절대 받지 말라’는 전화를 러시아빙상연맹 회장이 받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크라프초프 회장도 이 방송에 나와 안현수의 발언을 뒷받침했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다른 사람의 말로 내 결정을 바꿀 수는 없었다. 나는 스스로 결정한다”며 “빅토르 안의 눈에서 의지가 보였다.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는 간절함을 봤다. 믿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한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었다. 그러나 대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대표팀의 오랜 파벌 싸움과 2010년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단 등으로 암흑기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엇갈린 여론에 휘말려 포화를 맞고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했다.

지난해 2월 열린 소치동계올림픽은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하고 처음 출전한 올림픽이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남자 500m, 1000m,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남자 1500m 동메달도 수확했다. 반면 우리나라 남자 쇼트트랙대표팀은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안현수에겐 애증의 모국에 안긴 가장 완벽한 방법의 설욕이었다.

소치동계올림픽을 마치고 뭇매를 맞았던 우리나라 쇼트트랙은 안현수의 이번 폭로를 계기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이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 과정에서 한국 측의 압력이 있었다는 점이 여론의 공분을 끌어냈다.

SNS 네티즌들은 12일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크라프초프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인물을 공개하고 징계하라” “안현수의 올림픽 3관왕은 우리나라가 러시아에 뺏긴 것이 아니라 놓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항의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