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가 세월호 추모집회를 폭력시위로 표현하고 좌파·친북 단체가 이를 주도했다는 식의 칼럼을 실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대학보사와 칼럼을 쓴 기자는 사과했지만 일부 진보세력에서는 ‘대학신문이 보수언론의 행태를 답습했다’며 비난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스는 11일 ‘이화여대 학보사 문제, 결코 낯설거나 충격적이지 않은’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대학보사 문제를 거론했다.
칼럼을 쓴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정책팀장은 “이대학보 칼럼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과 SNS에서는 어떻게 대학신문이 보수언론의 행태를 그래도 답습할 수 있는지, 대학의 정신은 어디로 갔는지 등의 비난과 탄식이 대부분이었다”면서 “대학에 출강하는 나 같은 강사에게는 이대학보의 칼럼은 결코 낯설거나 충격적인 글이 아니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대학생들의 정치성’을 확인시켜줬다”고 비판했다.
애초 논란의 단초가 된 칼럼은 지난 4일 발행된 이대학보 1495호에 실린 것으로 상록탑이라는 제호 아래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마음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제목과 함께 ‘추모라는 이름하에 정치적 목적 드러내는 단체 조심해야’라는 부제가 달려 있었다.
칼럼은 추모제가 폭력시위로 변질됐으며 이는 좌파·친북 단체가 주동했기 때문이니 대학생들을 앞으로 추모제가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내용으로 돼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 대회에서는 유가족을 포함한 약 80명이 연행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세월호 참사 추모제가 폭력시위로 변질된 것일까. 고백하자면, 며칠 동안 필자는 의심했었다. 1년 전 아이를 잃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때의 부모들이 맞을까.
“아니나 다를까, 폭력시위는 추모제에 참여한 좌파·친북 단체가 세월호 유가족을 앞세워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진격을 시도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한 유가족은 해당 단체를 향해 ‘국민들이 새월호 유가족을 폭도로 매도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앞으로 매년 4월, 5월 세월호 참사 추모제가 열릴 때마다 추모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혹은 이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체들이 서월광장 앞으로 모일 것이라는 점이다. 7년 전 광우병 촛불시위는 초기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집회에 일부 단체들이 가세하면서 폭력시위로 번진 적도 있다. 대학생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추모제가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논란이 일자 이대학보사는 사과의 입장을 냈다.
이대학보사측은 “상록탑은 편집국장과 편집부국장, 부장기자단이 돌아가며 의견을 펼치는 공간”이라면서 “칼럼을 꼼꼼하게 검토하지 못한 점은 데스크의 불찰”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당 기자는 단어 사용이 경솔한 점,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점, 다양한 관점을 깊이 있게 취재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실수를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칼럼을 쓴 A기자 또한 해명글을 냈다.
A기자는 “제 글을 읽고 마음이 불편하거나 실망한 분들에게 사과한다”면서 “칼럼은 세월호 집회를 폭력시위로 규정하거나 집회 자체를 비난하고자하는 목적이 아니었다. 세월호 집회를 자신들의 개인적인 목적에 이용하는 일부 단체로 인해 유가족의 정당한 요구까지 빛바래는 것 아닐까하는 우려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칼럼을 쓴 점은 저의 불찰이며 그 과정에서 일부 보수 언론이 사용한 단어를 무비판적으로 옮겨다 쓴 점도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과 경솔한 단어 사용이 오해의 소지를 만들었다”고 적었다.
이대학보 사태를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인터넷에서는 대부분 “대학신문의 맛이 갔다. 진리와 정의를 버렸다”며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맞는 말 아닌가. 대학신문이라고해서 꼭 진보세력의 입장만 대변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좌파·친북 단체가 문제” 이대학보 세월호 칼럼 파장
입력 2015-05-12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