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9시쯤 서울 마포구 아현교차로 인근. 방금 손님을 내려준 택시기사 조모(53)씨는 공덕오거리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도로는 꽉 막혀 있었다. 4차로에서 주행하던 1t 트럭 앞으로 살짝 끼어든 조씨는 유유히 운전을 계속했다.
그때 갑자기 ‘빵빵’ 하는 경적이 울렸다. 트럭 운전자 최모(46)씨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상향등을 켜고 300m를 무섭게 달려오는 트럭을 보며 조씨는 “왜 저러나” 했다. 차선을 갑자기 바꾸는 일은 다반사라 그 때문에 자신을 쫓아오리라곤 생각 못했다.
운전석 창문을 열어둔 채 계속 운행하던 조씨는 갑자기 왼쪽 얼굴이 따끔함을 느꼈다.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니 잔뜩 화가 난 최씨가 왼쪽 차로에서 권총 같은 걸 손에 쥐고 자신을 겨누고 있었다. 28㎝ 길이의 BB탄 총이었다. 최씨는 연달아 5발을 쐈고, 그 중 1발이 조씨의 왼쪽 얼굴에 맞았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말다툼을 벌이다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조씨는 얼굴에 가벼운 상처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택시가 앞을 갑자기 가로막고 사과도 없이 그냥 가버리기에 화가 나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재활용품 수집 일을 하는 최씨는 지난달 한 대형마트 쓰레기 하차장에서 BB탄 총을 발견했다. 새 제품에 가까울 만큼 상태가 좋았고 총알도 가득 장전돼 있어 트럭에 보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11일 폭력행위 등 처벌법 위반 혐의로 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왜 끼어드냐’며 BB탄 쏜 40대 검거
입력 2015-05-11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