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프랑스인 한국서 잠들다

입력 2015-05-11 20:55
“내가 좋아하는 나라인 한국에 묻히고 싶다.”

6·25 참전용사 프랑스인 레몽 베나르(87)씨. 1950년 6.25 전쟁에 20대 청년의 나이에 참전한 프랑스 청년 베나르씨는 평생 한국을 ‘제2의 조국’으로 생각했다. 그는 지난 3월 세상을 떠나기 전 ‘죽으면 한국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의 프랑스 자택에는 늘 태극기로 가득했으며 그는 태극기를 평생 ‘우리나라 국기’라고 불렀다고 한다.

베나르씨의 한국사랑이 이어진 것은 가수 이승철씨 덕분. 이승철씨는 2010년 국가보훈처가 6·25 당시 프랑스인 참전용사를 한국으로 초청한다는 보도를 접한 뒤 베나르씨 등 참전용사들에게 사인이 담긴 CD와 편지를 건넸고 몇몇 참전용사와 꾸준히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자신의 부친 역시 6·25와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로 대전 현충원에 안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승철은 이후 2011년 아프리카 차드 지역에 학교 짓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러 가는 길에 프랑스를 경유해 파리 인근에 위치한 베나르씨 자택을 찾아 그의 한국 사랑을 눈으로 확인했다.

또 같은 해 서울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공연에 베나르씨를 초대했고 그가 특히 좋아한 노래 ‘아리랑’을 선사해 큰 감동을 줬다. 이후에도 베나르씨 부부를 서울 자택으로 초대하는 등 인연을 이어왔다. 이들의 인연은 2013년 정전 60주년 기념 특집 SBS 스페셜 ‘파란 눈의 마지막 생존자들’을 통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승철은 “베나르 할아버지는 아프리카 차드에 학교를 설립하는 일을 두고 ‘내가 구한 나라의 사람이 이제 다른 나라를 돕는다’며 정말 크게 좋아했다”면서 “베나르 할아버지의 숭고한 뜻과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은 우리 모두가 어떻게 갚아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큰 것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베나르씨의 유언에 따라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줌 재가 된 유해가 옮겨져 15일 오전 11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치된다. 이승철은 이 장례 절차에 동참해 추도사를 읽고 유족을 만나 위로할 예정이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