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달아오르는 택지 확보 경쟁… ‘돈 되는 땅’ 찾아 나서는 건설사들

입력 2015-05-11 20:49

건설업계에 ‘돈 되는 땅’을 찾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2017년까지 대규모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안정적인 사업이 보장되는 공공택지 입찰에는 중견건설사들이 약진하는 추세다. 이에 대형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 부실채권 사업장 등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11일 “업계가 말 그대로 택지난을 겪고 있다”며 “알짜 땅을 찾기 위한 경쟁이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종도까지 번진 수도권 택지확보전=인천 영종하늘도시 공동주택용지가 8년 만에 팔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날 영종하늘도시 내 수의계약 중인 3필지의 공동주택용지 중 A43블록 1필지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영종하늘도시는 금융위기 이후 공동주택용지 대량해약이라는 악재를 겪었던 사업지구다. 게다가 각종 개발호재 무산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로 2007년 이후 공동주택용지 계약건수가 한 건도 없었다. 택지확보난에 직면한 건설사들이 영종도로 눈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영종하늘도시의 다른 공동주택용지에도 건설사들의 매입 문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열양상 보이는 공공택지 입찰=입찰에 나오는 공공택지마다 건설사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경쟁률이 수백 대 1까지 치솟는 양상이다. 지난달 13일 진행된 경기 화성동탄2신도시 공동주택용지 추첨 입찰에는 209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지난 3월 화성 송산신도시 공동주택용지 입찰은 2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도 상승하고 있다. 올해 1분기 LH가 내놓은 주상복합용지의 평균 낙찰가율은 13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포인트 높아졌다. 상업·업무용지도 낙찰가율이 140%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 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공공택지 입찰 시장은 중견건설사들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계열사 편입 조건이 까다로운 대형건설사와는 다르게 중견사들은 수십 개의 자회사와 협력업체를 동원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발·재건축 수주전도 후끈=공공택지 입찰에서 밀리는 대형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도시정비사업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은 대부분 건설사가 시공만 하는 단순 도급이다. 시행·시공을 모두 하는 자체 사업에 비해 수익성은 낮지만 미분양 발생에 대한 부담이 적고, 안정적인 현장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GS건설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3조원 규모의 재개발·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했다. 롯데건설은 같은 기간 2조원이 넘는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수주를 공략하기 위해 힐스테이트에 이은 새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버려진 땅’으로 불리던 부실채권 사업장도 대형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택지다.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분양가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장점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초 김포 사우지구에서 사업이 중단된 부실채권 사업장을 채권자인 군인공제회로부터 900억원에 인수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