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큰 참기름업자… 값싼 옥수수유 섞은 가짜 참기름 32만 리터 제조

입력 2015-05-11 17:42

값싼 옥수수유를 섞은 가짜 참기름 32만ℓ를 제조해 유명호텔과 학교급식 식자재 업체 등에 납품해온 유통업자가 적발됐다. 이 업자는 구매대장에 거래사실을 허위로 기재하고, 영수증 없이 대부분 현금 구매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는 치밀함을 보였다.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참기름 가격의 5분의 1 수준인 옥수수유를 섞어 가짜 참기름을 만들어 유통시킨 제조업자 홍모씨(64)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홍씨는 2009년부터 2014년 10월까지 5년간 옥수수유를 10~25% 섞은 가짜 참기름 32만ℓ를 판매해 총 37억원의 부당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사경은 지난해 9월부터 가짜 참기름 제조업자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뒤 끈질긴 현장 잠복과 차량추적 끝에 옥수수유를 다량 구매해 혼합하는 현장을 확보하고 가짜 참기름 등 2644ℓ를 압류했다. 홍씨는 1994년부터 서울 도심 주택가에서 일반적인 참기름 제조업소인 것처럼 공장을 운영하면서 실제로는 가짜 참기름을 만드는 교반기, 저장탱크 등을 갖추고 20년 넘게 영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홍씨는 가짜참기름 제조외에도 값싼 수입산 참기름 약 3만ℓ(1695통)을 사들인 뒤 마치 자신이 제조한 참기름인 것처럼 허위 표시하는 방법으로 5년간 3억2000만원 상당을 판매했다. 또 인도, 수단산 저가 참깨로 참기름을 제조하고 수입 참기름 중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품질이 좋은 중국산으로 거짓 표시해 10개월간 6억5000만원 상당(5만7000ℓ)을 학교급식 식자재 업체에 판매하기도 했다.

조사결과 홍씨는 학교급식업체 등 대량 소비처의 경우 대부분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물품을 구매해 적발될 염려가 적고 호텔은 발암물질(벤조피렌) 검사만 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또 품질검사 시에는 옥수수유를 혼합하지 않은 정상 제품을 검사용으로 제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홍씨는 또 옥수수유 구매사실을 숨기기 위해 구매대장에는 혼자만 알아볼 수 있는 말로 허위 기재하고 영수증 없이 대부분 현금으로 구매했다. 아울러 식약처에서 ‘가짜 참기름 생산 유통 근절을 위한 정보 안내’ 공문을 받고도 거래처에는 참기름에 대한 식품안전과 품질을 보증하며 문제 발생시 책임지겠다는 보증서를 교부하며 판매하는 부도덕함을 보였다.

최규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과장은 “그동안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체에서 가짜 참기름 판매행위가 근절되지 않아 수사에 착수하게 됐으며 관세청의 적극적인 협조로 수사가 원활했다”면서 “시민 건강을 위협하는 기초식품에 대한 불법 제조·판매행위는 끝까지 추적해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