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계파 갈등 불길 확산 일로

입력 2015-05-11 17:37
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갈’ 막말로 촉발된 계파 갈등의 불길에 타들어 가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11일 “친노(친노무현) 수장이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노 진영을 대표하는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문 대표를 향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라”며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했다. 친노·비노 진영의 공방은 이날도 계속됐다.

◇文, 대국민 사과했지만 논란 계속=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8일 벌어진 ‘공갈 발언’ 파문과 관련해 “국민과 당원께 큰 실망과 허탈감을 드렸다. 당을 대표해 특히 사과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친노 패권주의라는 분열의 프레임을 넘어서지 못하면 우리에게 희망이 없다”며 “‘문재인은 친노 수장이다’라는 말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는 사퇴를 선언한 주승용 최고위원과 ‘공갈’ 발언의 당사자인 정청래 최고위원이 불참, ‘반쪽 최고위’가 됐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를 선언한 뒤 지역구인 여수에 칩거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여수를 찾았지만 주 최고위원을 만나지는 못했고, 전화로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문 대표는 주 최고위원의 복귀를 요구하며 “최고위원이 최고위에 참석하고 역할을 다 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로, 특히 주 최고위원은 호남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별도의 당 혁신을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그동안 강조해온 ‘유능한 경제정당’, 공천혁신, 네트워크 정당, 지역분권 정당을 재차 강조했다. 당 일각의 ‘사퇴론’을 일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개인 성명을 내고 “문 대표는 더 시간을 끌지 말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오로지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자해행위’ VS ‘친노패권족’…거칠어지는 공방=새정치연합이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가 되면서 친노·비노 간의 설전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문 대표 측 핵심인사인 노영민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최고위원이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고 의무”라며 “자기가 해야 될 의무를 이행하는 것을 가지고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자해행위”라며 주 최고위원을 겨냥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문 대표 측 ‘비선논란’의 당사자인 노 의원이 주 최고위원을 비판한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당직자는 “노 의원이 문 대표와 입을 맞춘 것처럼 ‘최고위원직은 권리가 아닌 의무’라고 말하는데, ‘비선은 없다’는 말을 누가 믿겠냐”고 비판했다.

비노 진영의 조경태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문 대표는 재보선 참패 후 독단적으로 기자회견을 해서 셀프재신임을 얻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조 의원은 “당내 계속된 분열은 친노 패권주의 때문”이라며 “국민을 위해서라도 피곤하게 하지 말고 친노패권족들은 2선 후퇴하라”고 비난했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YTN라디오에서 “친노의 절반 이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다. 운동권적 계파패권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어 “싸가지가 없고, 무질서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게 되는 정청래식 정치에 대해, 당의 자정 기능이 작용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