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해외근로자 임금송금 차단은 대북 제재+인권 압박 ‘양수겸장’

입력 2015-05-11 18:00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해외 근로자 문제에 주목하는 것은 대북 제재 효과를 높이면서도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할 수 있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카드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두 가지 주요 수단인 대북 경제제재와 인권 침해 문제가 함께 포함된 드문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렉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해외 근로자에 대한 북한 정부의 임금 착취와 강제 노동이 국제적 이슈가 되면 상당수 국가들이 북한 근로자 고용을 엄격히 감시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북한 근로자 고용 기피로 이어져 북한으로의 송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미 국무부는 국제노동기구(ILO)로 하여금 북한 해외 근로자의 노동 조건을 감시하게 하거나 북한 근로자를 받아들인 국가와 ‘협의’를 통해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강제노동과 임금 착취를 처벌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 노동자를 고용한 카타르의 건설회사가 북한 감독관들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노동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한 노동자를 집단 해고해 주목된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카타르의 유명 건설회사인 CDC(Construction Development Company)가 지난 4일(현지시간) 자사가 고용한 북한 건설노동자 192명 중 90명을 해고했다. 특히 회사 측은 이 문제로 카타르 정부 당국과 겪은 갈등도 해고의 이유로 거론해 미국이나 ILO가 근로기준 준수 등의 ‘압력’을 카타르 정부에 행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타르에는 3000명의 북한 근로자가 주택건설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만,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말레이시아 등 친미 성향의 중동·동남아 국가에도 북한 근로자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이번 카타르 건설회사의 집단해고가 일회성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외 근로자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외국 회사는 근로자에게 직접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북한 정부에게 준다. 북한 정부는 이 중 90% 정도를 떼어 가는데 이 돈이 각종 대북 제재로 무기 수출 등 외화 획득 길이 막힌 ‘김씨 왕조’의 주요한 돈줄이라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미국 정부는 근로자들이 받는 급여가 개인 송금(remittance)이 아니라 북한 당국이 거둬 대량현금(bulk cash)으로 북한에 들어가는 데 주목해 이것의 유엔 제재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해외 파견 근로자 현황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1월 펴낸 종합보고서에서 2013년 1월 현재 현재 16개국(알제리, 앙골라, 중국, 러시아, 적도 기니, 에티오피아, UAE, 카타르, 말레이시아, 몽골, 미얀마, 나이지리아, 오만, 폴란드, 리비아, 쿠웨이트)에 5만명 이상이 나가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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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