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레그킥(왼쪽 다리를 크게 드는 동작)’ 때문에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국내에선 비거리가 커진다는 장점이 있어 강정호는 이 레그킥으로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유격수 첫 40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미국에선 레그킥의 장점 대신 단점이 더 부각됐다. 시속 100마일(161㎞)대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레그킥 동작 때문에 타격 타이밍이 늦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강정호는 시범경기에서 타율이 0.171로 크게 부진했다.
이에 강정호는 빅리그 개막 후에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첫 출장도 개막 후 한달이 훨씬 지난 지난달 9일(한국시간) 신시내티 레즈전이었다.
결국 강정호는 모험을 감행했다. 레그킥을 보완키로 했다. 다만 레그킥을 완전히 버리는 대신 2스트라이크 때까지는 레그킥을 사용하고 이후엔 다리를 들어올리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실 이런 선택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십수 년간 몸에 익은 타격 자세를 고치다 타격 밸런스가 무너져 슬럼프를 겪는 사례는 한국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노력으로 강정호는 연일 맹타를 터트리고 있다. 이제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강정호는 1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2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출전해 시즌 2호포와 결승타를 쳐냈다. 강정호의 활약으로 피츠버그는 4대 3 승리를 거뒀다.
특히 강정호는 레그킥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투수들의 공을 잘 공략했다. 0-0이던 1회말 1사 주자 없는 첫 타석에서 강정호는 볼 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레그킥을 사용하지 않고 세인트루이스의 왼손 선발 투수 타일러 라이언스의 빠른 볼(시속 150㎞)을 그대로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강정호는 3-3으로 맞선 7회말에는 레그킥을 사용해 공을 쳐 2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틀 연속이자 시즌 6번째 멀티 히트(한 경기 안타 2개 이상)를 작성한 강정호는 시즌 타율이 0.318에서 0.333(48타수 16안타)으로 급등했다. 선발 출전 경기에선 타율 0.385(39타수 15안타)를 쳐 붙박이 주전 굳히기에도 시동을 걸었다. 강정호는 경기 후 장내 아나운서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에 자주 출전하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투수의 공도 눈에 익숙해진다”면서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 더욱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이어 “열성적인 팬들이 많으면 개인적으로 더 좋은 성적을 낸다”면서 팬들을 향해 “생큐 피츠버그”라고 인사하고 인터뷰를 끝냈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맏형 추신수(33·텍사스 레인저스)도 힘을 내고 있다. 추신수는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10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였다. 시즌 타율도 0.169에서 0.183(93타수 17안타)으로 끌어올렸다. 텍사스는 추신수의 활약으로 2대 1로 승리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강정호의 진화’ 레그킥 없이도 홈런…타율 0.333으로 급등
입력 2015-05-11 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