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시’를 쓴 초등생 이모(10)양이 “시는 시일뿐인데 진짜로 받아들인 어른들이 많아 잔인하다고 하는 것 같다”는 심경을 밝혔다. 한 평론가는 “어른의 관점이 오히려 동심을 해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이는 순수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잔혹동시’ 논란을 키웠다는 일종의 반박인 셈이다.
‘학원가기 싫은 날’ 등 30여 편의 시가 담긴 시집 ‘솔로강아지’를 펴낸 이양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들이 어른들보다 더 무서운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 않으냐”며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시는 시일뿐인데 진짜라고 받아들인 어른들이 많아 잔인하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를 씹어 먹어’ 등 시구가 문제가 된 ‘학원가기 싫은 날’은 이양이 시집에 꼭 실어달라고 한 시였다.
이양은 출판사 측이 시집을 전량 폐기하기로 한 것에 대해 “처음에는 좀 그랬지만 지금은 괜찮다.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이양의 엄마는 시인이다. 오빠도 이전에 시집을 냈다.
아이는 순수하고 예쁜 생각만 해야 한다는 편견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학평론가 이재복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동시가 ‘어린이다운’ 관점에서 순수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야 한다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이 이양의 남다른 감성과 충돌한 것”이라며 “어른의 관점으로 아이의 표현을 제한하는 게 오히려 동심을 해치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중권 교수는 트위터에 “‘어린이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는 어른들의 심성에는 그 시가 심하게 거슬릴 것”이라며 “그런 분들을 위해 시집에서 그 시만 뺀다면, 수록된 나머지 시들은 내용이나 형식의 측면에서 매우 독특하여 널리 권할 만 하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잔혹동시에 대한 ‘인민재판급’ 비판이 지나쳤다는 자성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시집으로 출판한 것에 대한 생각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애가 애다워야지’와 같은 비판 댓글엔 자도 공감하지 않지만 이걸 출판한 것 자체는 문제라고 본다”며 “독자층을 성인으로 잡았으면 몰라도 일반적인 초등생에게 이걸 읽히는 건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동시는 무조건 순수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없지만 이 동시가 주독자층을 어린이로 한정짓고 동시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거라면 한번쯤 지금의 이 혼란을 예견해보지 않았을까”라고 꼬집었다.
이양의 시집 ‘솔로강아지’는 지난 4일 출판사 및 저작권자의 요청으로 전량 공급 중단됐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잔혹동시’는 사실 잔혹하지 않다는 시인 초등생과 평론가 반박 인터뷰
입력 2015-05-11 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