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리맨을 빨리 잡아라.’
경찰간부의 지시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지시다. 이 국회의원은 더욱이 술을 마신 상태였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이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56) 의원은 10일 0시50분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서울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를 찾아가 관내에 속칭 ‘바바리맨’이 나타났으니 이를 확인해 검거하라고 요청했다. 유 의원은 강북을이 지역구다.
유 의원은 약 30분간 지구대에 앉아 바바리맨이 나타난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알려달라고 구체적으로 주문했고 강북경찰서장에게 전화해 “바바리맨을 빨리 검거해 달라”고 재촉했다.
경찰이 용의자가 모자를 쓰고 있고 밤이라 CCTV로도 얼굴 확인이 어렵다고 하자 사설 CCTV 확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전날 밤 11시50분 강북구 미아동 송종초등학교 인근에서 바바리맨이 나타났으며 자신과 잘 아는 지역구민의 딸이 이 남성과 마주쳤다는 것이 수사 요청의 이유였다.
경찰을 담당하는 안전행정위 소속 국회의원이 한 밤중에 직접 지구대에 찾아가 서장에게 전화해 사실상 수사 지시를 했다는 점에서 월권 논란을 부르고 있다.
유 의원은 술을 마시다가 지인의 연락을 받고 인근에 있는 미아지구대로 향했다. 유 의원실 측은 “당시 유 의원이 반주로 소주 반 병을 마셨지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지구대의 대응이 미진해서 ‘국회의원이 와도 이렇게 대충 대응하는데 일반 시민이 오면 어떻겠냐’는 생각에 서장에게 연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인호 기자
술마신 유대운 의원 "바바리맨을 잡아라" 지시논란
입력 2015-05-11 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