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해법을 논의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에 항의해 전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불참한 메르켈 총리는 앞서 이날 오전 푸틴 대통령과 함께 러시아 시내에 있는 무명용사 묘를 방문해 헌화했다.
메르켈 총리가 2차 대전 당시 독일과의 전쟁에서 숨진 이들이 묻혀있는 무명용사의 묘를 방문한 것은 나치 독일의 과거와 진지하게 마주하는 자세를 나타내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의 많은 정상들이 예년과 달리 이번 러시아의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메르켈 총리만 모스크바를 찾은 것은 이처럼 2차 대전 전범국이란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유럽 최대의 경제국으로서 독일의 보다 확대된 역할을 우크라이나 사태 등 유럽이 직면한 문제에서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메르켈 총리의 방러에는 이처럼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전하면서 러시아와 독일의 외교 당국자들이 이면에서 물밑 협상을 했다고 익명의 독일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WSJ는 메르켈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러시아 현지 인권단체나 야당 등과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월 12일 메르켈 총리는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내 친러 반군 사이의 무력 분쟁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이끌어냈다.
한편 70주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9일 푸틴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이례적으로 푸틴 대통령을 칭찬해 눈길을 끌었다. 반 총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군사 퍼레이드가 끝난 뒤 길거리에 수많은 사람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나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부 지지자들이었다”며 “당신이 이 모든 국민의 사랑을 받을 만한 일을 했다고 진실로 생각한다”고 칭찬을 건넸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개입을 비판해온 반 총장이 푸틴 대통령을 이처럼 높이 평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반 총장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시리아 사태 등 중동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메르켈-푸틴, 우크라이나 사태 논의… 반기문 “푸틴 사랑받을만 해” 칭찬
입력 2015-05-10 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