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휴식 시켰어요.”
지난 8일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김경언과 김태균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킨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선수들을 혹사시킨다는 일부 비난을 의식한 듯 “상세히 알려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그런데 논란이 논란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패배보다도 믿고 썼던 불펜이 무너졌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올 시즌 한화는 긴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의 개념 없이 상황에 따라 언제든 투수를 교체했다. 그러다 보니 박정진, 송창식, 권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불펜이 책임져야 할 몫도 많아졌다. 권혁과 박정진은 최근 사흘 연속 경기에 나왔고 송창식도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올랐다. 특히 권혁은 올 시즌 10개 구단의 투수들 중 가장 많은 21경기에 나와 32이닝을 던져 불펜 투수 중 유일하게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가 됐다.
체력이 떨어지니 구위도 떨어졌다. 지난달까지 권혁과 박정진의 피안타율은 각각 0.242와 0.188이었지만 이달 들어 모두 피안타율이 3할 대를 넘어섰다.
이 같은 문제는 경기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화는 지난 7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9회 7-7 동점인 상황에서 희생 플라이를 내 주며 1점차로 석패했고, 9일 두산과의 경기에선 3-1로 앞서 있던 9회 말 3점을 헌납하며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
수비진들도 체력 소모와 함께 집중력까지 잃으면서 실책이 늘어났다. 9일까지 8경기를 치르면서 한화가 기록한 실책은 9개다. 같은 기간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더구나 한화는 8일 두산전을 시작으로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 SK 와이번스 등 상위 1~4위 팀을 연속으로 만난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대안이 있어 다행이다.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던 윤규진이 조만간 1군으로 올라오면 권혁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KIA 타이거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좌완 임준섭도 불펜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KIA에서 선발요원의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중간 계투로 나와 많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불펜 혹사가 원인?… 5월 역주행 한화, 무엇이 문제일까
입력 2015-05-10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