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김영남 러시아서 전격 회동… 남북정상회담 물밑 접촉 시도?

입력 2015-05-10 17:01 수정 2015-05-10 17:03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김영남 상임위원장.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전격 회동함에 따라, 남북관계의 회복 국면이 본격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회동은 지난달 말 한·미 합동군사훈련 종료 이후 우리 정부가 유화 제스처를 취하던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향후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가 주목된다.

윤 의원과 김 위원장은 회동에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한 당국간 대화 및 남북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을 놓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오전에 열린 ‘무명용사의 묘’ 헌화 행사에서 윤 의원이 먼저 김 위원장을 찾아 말을 건 것으로 전해져 이 자리에서 윤 의원이 단독 회동 의사를 타진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친서 전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 의원은 최근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그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간 비공개, 비밀 접촉 등 우호 접촉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출국 직전에도 “북측과 접촉 기회가 생긴다면 박근혜정부의 남북대화에 대한 진정성을 피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움직임은 한·미 훈련 이후 대북 비료지원 및 6·15 남북공동행사 사전접촉 승인 등으로 5·24 조치를 완화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정치색이 없는 민간 차원의 교류는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당국간 대화 및 정상회담 추진 등 접촉면을 더욱 넓히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이어 공무원 연금개혁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경색된 정국을 돌파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관건은 북측의 태도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관계 개선 시도에 대해 지난 주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및 함대함미사일 발사 훈련 등 무력 도발로 응수했다. 관영 매체를 통해서는 “갑자기 낯색을 바꿔 ‘민간교류 추진’이니 뭐니 노죽을 부리는 건 실로 역겹기 그지없다”고 강도 높게 비난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우리 정부의 제안에 이 같이 ‘찬물’을 끼얹은 건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미 훈련이 끝나자마자 남측이 내민 제안을 곧바로 수용할 경우 자신들이 남측에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 다닌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된 관계 경색의 책임이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