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서방과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열린 이날 승전 기념행사는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로 장식해 러시아의 군사적 위용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퍼레이드에는 대부분 서방 정상들이 불참하고 옛 소련권 국가들과 러시아 우방인 중국, 인도, 쿠바, 몽골 등 27개국 지도자들만 사절로 참석했다. 지난 2005년 60주년 기념식 때의 절반에 불과한 하객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자신의 무력을 마음껏 뽐냈다.
퍼레이드는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의장대가 러시아 국기와 1945년 독일 베를린의 의회 지붕 위에 내걸렸던 소련 적군의 승전기를 붉은광장으로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사열을 지휘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으로부터 경례를 받고 연단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70년이 지난 지금 역사는 다시 우리의 이성과 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인종 우월주의와 배제주의가 최악의 유혈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은 “우리는 단극적 세계를 건설하려는 시도와 무력을 앞세운 블록적 사고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목격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세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며 우리의 과제는 블록 짓기를 배제한 글로벌하고 균등한 안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