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치욕' '연분홍치마' '십고초려'-야당 자중지란

입력 2015-05-10 12:10 수정 2015-05-10 13:02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 사이의 진흙탕개싸움 중에 또 한명의 최고위원인 유승희의원이 노래 ‘봄날은 간다’를 불러 비난여론이 거세자 엉뚱한 사과를 했다. 듣기에 따라선 ‘사과성 해명’이라고 할만하다.

주, 정 최고위원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유 최고위원은 돌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어제 경로당에서 인절미에 김칫국을 먹으며 노래 한 자락 불러 드리고 왔다”며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며 ‘봄날은 간다’의 첫 소절을 불렀다. 유 최고위원은 노래를 한 소절만 부르고, 박근혜 정부의 노인 복지 문제를 비판한 뒤 발언을 마쳤다.

하지만 분위기는 더욱 썰렁해졌다. 다음 발언자인 추미애 최고위원은 “유 최고위원이 한 소절만 불러서 안타깝다. 끝까지 불렀다면 분위기 반전인데, 노래에 맞춰 예쁜 분홍색 꽃같은 색의 옷도 입고 오셨는데…”라며 유 최고위원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특히 인터넷 등에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유 최고위원은 지난 9일 보도자료와 SNS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합하고 화합하는 것”이라며 “최고위에서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노래 한 소절을 부르며 박근혜 정부의 공적연금에 대한 알뜰한 맹세가 실없는 기약으로 얄궂은 노래가 돼 봄날이 흘러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비난을 받으니 마음이 아프다”라며 “제 의도와는 달리 당을 사랑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사과인지 해명이 애매했다.

앞서 야당 최고위원의 장면은 코미디 중의 코미디였다. 문재인 대표가 주재하고 이종걸 의원이 첫 원내대표로서 자리에 앉은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주·정 설전은 시정잡배만도 못했다.

상황은 이렇다. “이번 주말까진 발언을 자제하겠다고 했지만 대표님께서 아무 말씀도 없고, 입이 간질간질해서 한 말씀만 한다.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다. 선거에 패배하고 나서 그대로 있는 것도 하나의 불공평이다. 제갈량이 와도 당내 갈등을 해결 못할 심각한 상황이다. 제갈량 정치의 원칙이었던 3공 정신을 되살리면 희망이 있다. (3공은) 공개, 공정, 공평이다.”(주승용)

“공개, 공정, 공평….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 치는 게 더 문제다. 자중지란을 일으키기보다 단결할 때 협조해야 한다.”(정청래)

정 최고위원의 ‘공갈’ 발언에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됐다. 허공을 보며 분을 삭이던 주 최고위원이 다시 발언권을 얻었다.

 “치욕적이다. 나는 세상 그렇게 살지 않았다. 사퇴하지 않을 거면서 사퇴한다고 공갈 쳤다? 설사 그렇다 해도 (정 최고위원은)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저 같으면 ‘주승용 의원의 말은 틀렸습니다, 주 의원과는 의견이 다릅니다’고 하겠다. 제가 아무리 무식하고 무능해도…. 저는 지금까지 공갈치지 않았다. 공개석상에서 그런 말을 들었으니 저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도 사퇴해야 한다.”(주승용)

주 최고위원은 자리를 박차고 퇴장했다. 문 대표와 오영식 최고위원, 양승조 사무총장 등이 회의장 밖까지 그를 붙들러 나갔지만 되돌아오지 않았다.

주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가 ‘십고초려(十顧草廬)’를 한다고 해도 절대 복귀하지 않는다”고 조선일보가 전했다.



임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