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팔라초 뱀보에서 8일(현지시간) 오후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팔라초 뱀보는 글로벌아트어페어재단 주관으로 여러 국가 작가들이 참여하는 ‘개인적인 구축물’(Personal Structures) 전이 열리는 장소다.
‘영원한 빛-동상이몽’이라는 작품을 전시하는 한호(44) 작가는 백제가야금연주단, 현대무용가 김남식, 한국무용가 김혜림 등과 협업해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한호 작가의 작품은 한국사 속에서의 이산(離散)을 큰 주제로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의 상처, 남북 분단의 현실, 전쟁고아 등을 표현했다.
관람객이 자유롭게 오가는 2층 로비에서 펼쳐진 이날 퍼포먼스는 한복을 입은 소녀가 가야금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에서 시작됐다. 곧이어 소녀가 퇴장하고 성장한 모습의 여성이 나와 가야금을 연주했으며, 주변에선 구슬픈 목소리의 아리랑이 들려왔다. 이어 한지로 만든 옷을 입고 등장한 여성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가야금을 등에 지거나 바닥에 끄는 모습을 연출했다.
한지 옷과 가면으로 분장한 작가는 붉은빛의 물감을 손에 묻혀 이들의 옷이나 신체에 얼룩을 남겼다. 20여 분간의 퍼포먼스는 한복을 곱게 입은 한 여성이 나와 이들 사이를 오가며 살풀이춤을 추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로비에서 이를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어린 소녀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기 전의 모습이고 붉은빛의 물감은 상처를 뜻한다. 한호 작가는 ‘영원한 빛-동상이몽’에 2008년과 2014년에 사망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지돌이 할머니, 배춘희 할머니를 한이 맺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거나 구름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이미지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한호 작가는 “19세에 일제 징용을 간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그때 이야기, 유년시절 부모와 떨어져 살았던 저의 경험이 이번 작품의 배경이 됐다”고 말했다.
한호 작가는 “우리는 한국에서 왔다. 한국의 역사는 고통으로 가득 찼는데, 그 중 하나가 일본군 위안부다. 이것이 우리의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퍼포먼스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 위안부 문제를 다뤘다. 저는 하늘을 두드리며 호소하는 전달자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과 퍼포먼스를 통해 “전쟁 피해자가 겪었던 현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치유하고 이러한 문제를 관람객 누구라도 자각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작품은 여성가족부가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인식을 높이고자 올해 벌인 공모에서 예술활동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전시는 9일부터 시작해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한호 작가 일본군위안부 문제 다룬 퍼포먼스 지돌이·배춘희 할머니 모습 담아
입력 2015-05-10 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