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영이 지배하는 책’ 우려…‘잔혹 동시’ 초등생 부모, 폐기 금지 가처분 취하

입력 2015-05-10 11:41 수정 2015-05-10 12:06

“표현의 자유라고는 하지만, 그게 사회의 이익과 원활함 기반을 해치면 안되는 것입니다. 책임이 뒤따릅니다. 예를들어 표현의 자유라고 모두 스캇물이나 잔인한 영상을 모든 초중고 교과서에 싣는다면 그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까요?

자유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어린이들이 보는 책 내용 중에 부모를 살해 하라는 걸, 구체적으로 장기들을 적출해서 살해하라고 하는 건 19세 이상이지 12세 이하 책이 아니니 부적격 한 겁니다. 그런 식이면 TV에 나오는 유치원 프로그램에서 부모를 살해하라고 명령해도 아무 이상없는 표현의 자유라고 할 겁니까.”

‘잔혹 동시’ 논란을 일으킨 초등학생 A양의 부모가 문제된 시집의 전량 폐기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소식을 전한 언론 기사에 한 네티즌(plot***)이 남긴 댓글이다. 일각에서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옹호한 데 대한 따끔한 일침이다.

앞서 A양이 쓴 시집 ‘솔로 강아지’가 잔혹 동시 논란에 휩싸이자 출판사 가문비가 이 동시집을 전량 회수 및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A양 부모는 “동시집에 수록된 58편의 시 중 1편만 가지고 폐기를 결정한 것은 과하다”며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수 및 폐지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하지만 결국 A양 아버지는 폐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A양 아버지는 “일부 기독교, 천주교 신자들이 우리 딸이 쓴 동시집을 ‘사탄의 영이 지배하는 책’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우리 역시 신자로서 심사숙고한 결과 더 이상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전량 폐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A양이 쓴 시집 ‘솔로 강아지’에 수록된 ‘학원가기 싫은 날’에는 '엄마를 씹어 먹어/삶아 먹고 구워 먹어/눈깔을 파먹어/이빨을 다 뽑아 버려' 등의 잔혹한 내용이 수록돼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