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은 러시아의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이 부쩍 가까워진 모습을 보이는 것에 주목했다.
미국, 유럽, 일본 정상이 행사에 불참한 가운데 러시아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을 환대하고 정상회담까지 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로 생긴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과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했다.
일본 언론은 또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문제로 일본과 갈등을 빚는 중국이 해양 진출을 확대하거나 역사문제를 주제로 자국을 견제할 가능성을 의식했는지 양국의 밀착에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승전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옆에 시진핑 주석이 자리해 몇 번이나 얘기를 나누며 친밀함을 과시했다고 보도했다.
NHK는 이번 행사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처음으로 참가한 사실을 거론하며 양국이 서로 굳건한 관계를 국내외에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유럽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 러시아가 중국과의 밀월을 택했다는 취지로 제목을 달았으며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의식해 “나치즘이나 일본의 군국주의와 싸운 나라들의 대표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표명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8일 열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이들이 나치즘이나 군국주의의 부활, 역사 수정주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거론하며 '질서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사설로 비판하기도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0년 전의 승전 60주년 행사 때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50개국 이상의 정상이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신흥국가나 베트남 등 전통적인 러시아의 우방을 중심으로 약 20개국 정상만 자리했고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이 주빈(主賓)이 됐다고 분위기를 묘사했다.
이 신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11일부터 지중해에서 해군 연합 훈련을 시행할 예정이며 중국으로서는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 자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미국과 일본에 대항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그간 쿠릴 4개 섬(북방영토) 영유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결국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평소 푸틴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까지 내세웠지만, 지난달 말 미국 방문으로 미·일 동맹을 강조한 직후에 미국과 갈등 중인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시기상 매우 나쁜 선택이라는 조언에 따라 푸틴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것으로 직접 방문을 대신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일본 언론, 러 승전행사서 ‘중·러 밀착’에 경계
입력 2015-05-10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