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73)는 서울 답십리의 봉제공장에서 40여년 ‘시다’(보조)로 일하다 3년 전에야 그만두셨다. 여동생(42)은 백화점과 마트의 의류매장, 냉동식품 코너에서 종일 서서 일했다.
임흥순 작가의 수상작 ‘위로 공단’은 슬픈 가족사를 딛고 있다. 개인사를 아시아 전체의 여성 노동자의 문제로 확장시킨 95분짜리 다큐 영화다. 2012년부터 2년간 한국과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등지를 돌며 여성 노동자들을 인터뷰하고 시위 현장을 촬영했다. 캄보디아의 봉제공장 근로자, 국내의 이주 노동자 뿐 아니라 마트의 캐시어, 콜센터 직원 등 감정노동 종사자까지 폭넓게 다룬다.
“신용카드를 저기에 훅 던져요. 그걸 주워서 (카드기에) 긁을 때 얼마나 굴욕적인지….”
영화는 이처럼 각국 여성 노동자 22명의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YH사건 등의 역사적 기록과 실험적 이미지를 오가는 혁신적 스타일을 통해 신자주유주의 시대 여성노동자들의 내면 풍경을 풀어냈다. 그는 “제 어머니와 여동생처럼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많은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헌사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경원대 회화과 석사 출신인 임 작가는 개인사를 사진, 영상, 설치 등으로 시각화하며 사회와 역사의 문제를 드러내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아버지가 미장이로 일했던 그는 30세가 되어서야 반지하를 벗어나 임대아파트로 이사갈 수 있었다. 이런 가족사를 담은 것이 다큐 ‘내 사랑 지하’(2002 광주비엔날레 출품)이다. 첫 장편 다큐 영화 ‘비념’(2012)도 한 할머니의 가족사를 출발점으로 과거의 4·3사건과 현재의 강정마을 문제를 함께 엮어내며 통한의 제주 현대사를 빚어낸다. 그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 “작품을 통해 현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사회에서 터부시 되는 죽음을 다루고 싶다”며 “전쟁이나 세월호 참사처럼 개인적 죽음이자 사회적인 죽음이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비엔날레, 2014년 국립로마현대미술관의 ‘미래는 지금이다’전, 2014년 아르코미술관 ‘역병의 해 일지’ 등 다수의 비엔날레와 전시에 참여했다. 2014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상’을 받았다. 베니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봉제공장 시다 아들이 일냈다.
입력 2015-05-10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