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검사를 검찰 앞에 세운 성완종의 메모

입력 2015-05-08 20:39 수정 2015-05-08 21:04
홍준표(61) 경남지사가 8일 불법자금 1억원 수수 혐의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됐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죽으며 남긴 메모 한 장이 20년 전 검찰을 떠난 ‘모래시계 검사’를 검찰의 칼끝 앞에 세웠다. 홍 지사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검찰은 이미 기소 방침을 정했다.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종 결단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내릴 예정이다.

홍 지사는 오전 9시55분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 조사실이 있는 서울고검에 출석했다. 그는 조사에 앞서 “이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소명하러 왔다”고 덧붙였다. 1억원 전달자인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없다”고만 답했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이 열렸던 2011년 6월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 전 부사장에게서 현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품 메모 등장인물 8명 가운데 홍 지사를 첫 소환자로 택한 수사팀은 윤 전 부사장의 진술과 그간 확보한 증거 자료들을 제시하며 집요하게 홍 지사의 방어벽을 파고들었다. 홍 지사의 진술 내용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도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생명이 걸린 홍 지사는 “문제의 1억원은 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며 혐의 전부를 부인했다. 윤 전 부사장의 ‘배달사고’ 가능성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선고된다.

수사팀은 홍 지사가 측근 인사들을 시켜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바꾸려 했는지도 조사했다. ‘증거인멸’ 시도에 대한 판단은 향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때 핵심적인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수사팀은 홍 지사 소환조사를 이번 한 차례로 끝낼 방침이다. 진술 내용과 보강수사 사항 등을 종합 분석한 뒤 다음주 중에 신병처리 방향을 정하고, 김진태 총장에게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