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런 제 1야당 봤습니까?

입력 2015-05-08 17:15

“저는 패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 비공개, 불공정, 불공평이라고 생각한다. 제갈량 원칙이었던 삼공 정신 되새긴다면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공개·공정·공평이 바로 그것이다(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최고위원).”

“공개·공정·공평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큰 문제다(정청래 최고위원).”

“치욕적 생각이 든다. 저는 지금까지 공갈치지 않았다. 저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들은 사퇴해야 한다(주 최고위원).”

‘수권정당’을 내세우고 있는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8일 나온 대화다. 비공개 대화가 아니라 공개석상에서 수많은 언론이 취재 중인 상황에서 나온 말이다. 주 최고위원은 분을 참지 못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문재인 대표는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기 직전 “지금은 우리 당의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며 “오늘 있었던 발언은 우리끼리의 자리였으면 몰라도 공개적 자리에서는 다소 부적절했다.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최고위원회의에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참석한 지도부 회의였다. 이 원내대표는 두 최고위원의 설전 직전 “분열하는 집으로 이기는 정당을 만들 수 없다. 이기는 정당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분열이 아니라 통합”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공갈’ 발언이 터졌다. 새정치연합이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왜 연전연패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새정치연합은 4·29재보선 참패 이후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 대표가 취임 이후 추진해온 ‘경제정당’ ‘대안정당’ 노선은 날아가 버렸다. 당의 고질병인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간의 계파 갈등은 다시 불붙었다. 7일 치러진 새 원내대표 선거도 친노 대 비노, 주류 대 비주류의 대결 구도로 치러졌다.

선거 참패 이후 10일이 지나도록 변변한 쇄신 방안 하나 나오지 않았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선거 전패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을 들어 친노 패권주의 청산,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원탁회의 구성 등을 제안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문 대표 측 ‘비선라인’ 정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주요 현안에서 제1야당으로서의 정치력은 보여주지 못한채 무기력했다.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은 여당과의 합의 실패로 무산됐다. 새정치연합이 결사반대했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여당 단독 표결로 ‘후보자’ 딱지를 떼고 대법관이 됐다.

당 지지율은 서서히 빠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포인트 하락한 24%에 그쳤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 응답률은 16%).

. 당내에서는 “이렇게 가면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은 이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130석을 가진 새정치연합에 “내년 총선에서 경쟁하자”고 ‘선전포고’까지 한 상태다. 하지만 위기를 수습할 리더십이 실종됐고, 남은 것은 계파갈등과 지도부 불협화음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