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 “NSA, 미국인 통화기록 무차별 수집 불법”

입력 2015-05-08 21:10

미국인들의 통화기록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한 미 국가안보국(NSA)의 활동이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국 제2 순회 연방항소법원은 7일(현지시간) NSA의 대량 통신정보 수집을 적법하다고 판단했던 뉴욕 남부지구 연방지방법원의 1심 결과를 “무효로 한다”고 판결했다. 제2 순회 항소법원은 ‘애국법’ 제 215항이 NSA에 수백만 국민들의 전화통화 기록을 영장 없이 무차별 수집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애국법은 2001년 미국에 대한 9·11 테러 공격이 발생한 직후 제정돼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거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종의 테러 방지를 위한 법이다. NSA를 비롯한 미국의 정보·수사당국은 이 법의 215조를 근거로 개인의 전화통화나 컴퓨터 기록을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왔다. 이는 2013년 NSA의 계약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외부에 알려졌다.

애국법 215조는 6월 1일 만료되는 한시법으로 미 의회에서는 시민적 자유를 지키면서 정보 기관의 수사 역량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관련 조항이나 법규를 고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 안에서도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한 법규를 어떤 방향으로 바꿔야 할지에 대해 의견이 양분된 양상이다. 지난달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랜드 폴(공화·켄터키) 상원의원은 판결 직후 트위터를 통해 “NSA는 법을 지키는 시민의 통화기록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날 판결에 “기쁘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판결 내용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정보기관의 감시 기능을 더 제한하는 애국법 개정안이 “우리를 안전하게 하지도, 우리의 사생활을 보호하지도 못할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매코널 상원의원은 이날 판결에서 문제가 됐던 애국법 215조를 당분간 지금처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