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죽음마저 짐으로 만든다”
한 남성이 두 달 전 숨진 노모의 시신을 담은 관을 차에 실은 채 두 달 넘게 묘지 살 돈을 빌리러 다녔다. 어버이날 이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어머니를 싣고 다녔을 아들 마음이 어땠을까”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사건은 7일 세상에 알려졌다. 염색공장에서 일하는 이모(54)씨가 부산시 사하구 신평동의 한 염색공장 옆 골목길에 주차된 스타렉스 차량을 지나가는 길이었다. 악취가 심하게 나고 썩은 물이 흘러나온 것을 수상하게 여긴 이씨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출동해 보니, 뒤로 젖혀진 차량 조수석 의자에는 태극기로 덮인 오동나무관이 올려져 있었다. 관 옆에는 수박 등 제수 음식이 악취를 더했다.
경찰이 관을 인근병원에 옮겨 개봉하자 안에는 할머니로 추정되는 시신이 반듯하게 누운 상태로 있었다. 이 할머니는 부산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2월 28일 질병으로 숨진 김모(73)씨.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어머니를 묻을 돈을 구하려 2달간 함께 있었나”며 “말 안나오게 슬픈 사연”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어머니 모시고 싶어한 아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할머니께서도 부디 편안한 곳으로 가시길” “좋게 보내드리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얼마나 매장시켜드리고 싶었으면” 등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경찰은 스타렉스의 차주인 배모(48)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아들인 배씨가 시신을 계속 차에 보관한 상태에서 두달이 지나도록 차를 운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장례식장에서 발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아들이 경제적 이유로 매장하지 못하고 지인들에게 묘지 살 돈을 빌리러 다니면서 차에 싣고 다닌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가난은 죽음마저 짐으로 만든다” 노모 시신 차에 싣고 다닌 아들
입력 2015-05-08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