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제라도 남성관객들 많이 오세요.”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The 17th SEOUL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 SIWFF)가 지난 6일 서울시청 시민청 이벤트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영화제 특징과 개요, 상영작 등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혜경 공동집행위원장, 김선아 공동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 조혜영, 강바다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했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슬로건 하에 1997년에 시작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올해로 햇수로는 19년, 횟수로는 17회를 맞는다. 특히 올해 영화제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 눈길을 끈다. 영화제 로고와 영문 명칭도 변경하는 등 혁신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이혜경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러한 변화는 이후의 여성영화제의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신호, 상징이라고 설명하며, “여성적 시각의 여성적 문화가 다시 요구되는 시점인 것 같다.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 영화제를 지켜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가부장적이고 획일적인 문화가 팽배한 한국사회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준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는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대중성 강화는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총 상영작은 37개국 111편. 김선아 공동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는 "여성영화라고 하면 어렵고 관객을 가르치려고 하는 영화를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올해는 해외 영화제 수상작과 화제작, 새롭게 발굴한 영화들이 조화를 이루는 대중적인 영화제를 선보인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마이 스키니 시스터(My Skinny Sister)>가 선정됐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정곰상, 스웨덴 예테보리영화제 관객상 등을 휩쓸며 올 상반기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 받은 데뷔작 중 하나다. 스웨덴판 <미스 리틀 선샤인>이라 불리는 이 영화는 경쟁이라는 것이 어린 세대에게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고발하는 동시에 여자 아이들의 세계를 깊이 있고 사랑스럽게 그린 영화다.
역대 영화제 중 가장 많은 프리미어를 선보이는 '새로운 물결'(New Currents) 섹션은 총 32편의 최신작으로 구성됐다. 마가레테 폰 트로타, 도리스 되리 등 잘 알려진 거장들의 신작과 셀린 시아마, 파울라 반 데르 우에스트 등 여성영화를 이끄는 신진들의 작품들을 조화시켜 작품성은 물론 영화적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현재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성폭력, 이민자 문제 등도 여성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다.
세계에서 가장 성평등한 나라로 평가받으며 영화정책에 있어서도 모범이 될 만한 스웨덴의 여성영화를 집중 조명하는 '스웨덴 여성영화의 평등한 힘',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고전 할리우드 시대 감독인 '아이다 루피노 회고전'은 그에 따른 부대행사와 함께 진행된다.
또한 전 세계 페미니즘의 물결을 조망하는 영화를 상영하고 토론의 장을 여는 '쟁점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섹션도 마련됐다. 영화제의 전통적인 인기 섹션인 '퀴어 레인보우'는 케냐, 대만, 필리핀, 캐나다, 한국 등 각국 퀴어 영화의 최신 흐름을 만날 수 있다.
영화제 사전제작 지원 프로그램 중 최고의 완성률로 명성이 높은 '피치&캐치(Pitch&Catch)', 아시아 20개국의 총 415편의 출품작 중 본선 진출작 21편이 성주 최우수상과 성주 우수상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아시아 단편 경선', 국내 10대 여성감독 작품을 10대들이 직접 심사하는 '아이틴즈'(I-TEENS)' 등 경쟁 부문도 올해 더욱 팽팽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어 '나만의 별을 찾아 첫 발자국을 찍는 경이의 순간'에 관한 상상을 공식 트레일러에 담은 부부감독 김예영, 김영근(스튜디오 요그)과 <간신>, <인류! 사랑해 울지마!>에 출연한 배우 전여빈도 트레일러 제작진으로 참여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순서는 배우 김아중의 홍보대사 위촉식이었다. 영화제 최초로 홍보대사인 '페미니스타'를 선정한 것도 올해 영화제의 큰 특징이다. 여배우가 영화제의 꽃이 아닌, 영화제라는 사회적인 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서로 지원하고 시너지를 내자는 의도를 담아 눈길을 끈다.평소 여성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김아중이 서울국제영화제 홍보대사로 위촉되자 영화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는 후문이다.
밝은 미소로 기자회견 시작 전부터 등장한 김아중은 위촉식에 앞서 프로그래머들의 브리핑을 경청하고 보도자료집을 꼼꼼하게 읽어보며 의욕을 다졌다. 이어서 진행된 위촉식과 질의응답 순서에서도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를 진중하면서도 명쾌, 유쾌하게 현장을 끌어가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김아중이 얼마나 깊은 애정으로 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대 페미니스타로 위촉돼 영광"이라며 말문을 연 김아중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바그다드 카페>같은 많은 여성영화를 보면서 저런 여배우가 돼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런 제 뜻이 인연이 된 것 같다”며, “여성영화제의 취지는 여성의 가치를 높이고 세상과 좀 더 소통하며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즐거움의 장이라 생각한다. 다소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 질 수 있는 여성영화제에 대한 편견이 누그러지길 기대한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며 저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책임감 있는 위촉 소감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섹션, 관심 가는 영화들이 많은 것 같다. 여배우로서, 여성으로서 다른 나라의 여성영화들이 궁금하다. 자극도 받고, 많이 배우고 싶다 여성영화제라도 이 사회의 반은 여자, 반은 남자로 구성되어 있기에 남성 관객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만큼 많이 와줄 것"을 센스있게 당부했다. 덧붙여, “여성을 소재로 했을 때, 감정의 폭발력이 줄어든다고들 한다. 하지만 여성영화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파급력이 있다”며,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통해 더 많은 여성 콘텐츠를 보고 공유했으면 좋겠다.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 더 많아지고 그러한 작품들이 더욱 관심 받길 희망한다. 또 그런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소신 발언으로 박수를 받았다.
김아중은 오는 27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식 진행을 맡고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과 토크 행사도 가지며 홍보대사로서 행보를 이어간다.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홈페이지(www.siwff.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변화와 대중성 강화로 새롭게 도약하는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27일 개막해 다음달 3일까지 8일 동안 서울 메가박스 신촌과 이화여대 ECC 내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 등 신촌 일원에서 열린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김아중 1대 페미니스타 위촉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성황리 개최
입력 2015-05-08 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