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순위가 떨어질수록 LG 트윈스의 원망은 누군가에게로 향했다. 메이저리그에서 614경기나 치렀고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실력자였다. 기대감을 갖고 연봉도 올 시즌 계약한 외국인 선수 중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인 100만 달러(10억8900만원)를 주고 데려왔다.
그런데 이 선수에게 실력과는 상관없는 별명이 붙었다. ‘사이버 선수’였다. 종아리 부상을 이유로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때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개막 후 10개 구단 전체 외국인 선수 31명 중 유일하게 단 한 경기도 나오지 않으면서 붙은 별명이었다. 바로 잭 한나한이었다.
한나한이 7일 두산 베어스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잠실구장에서 드디어 실체를 드러냈다. 한나한은 이례적으로 2군을 거치지 않고 1군으로 바로 왔다. 전날 한나한은 “1군에서 적응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양상문 감독에게 전달했다. 양 감독도 한나한이 돌아오면 7연패에 빠진 팀의 분위기 쇄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6번 타자로 나선 한나한은 4회엔 볼넷으로 출루한 뒤 박지규의 희생 플라이 때 홈을 밟았고 6회 초엔 선두타자로 나와 한국 무대에서 첫 안타를 때렸다.
그리고 경기 전 “7연패를 끊겠다”는 한나한의 각오는 실현됐다. 이날 LG는 연장 11회까지 근성있는 승부를 펼치며 6대 4 짜릿한 승리를 안으며 7연패에서 탈출했다. 에이스 헨리 소사도 6이닝 동안 4실점으로 호투했다.
목동에서는 삼성 라이온즈의 알프레도 피가로가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9K’ 위력투를 던지며 시즌 4승 달성에 성공했다. 피가로는 타일러 클로이드, 야마이코 나바로 등 삼성의 외국인 선수 중 류중일 감독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선수였다. 타구단과 비교하면 그다지 나쁜 성적이 아니었지만 다른 두 선수가 워낙 잘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6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맞고도 4피안타, 4실점으로 리드를 지키며 팀의 13대 4 완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삼성 타선도 최형우의 만루 홈런 등 16안타를 몰아치며 피가로를 도왔다.
마산에서는 KIA 타이거즈의 조쉬 스틴슨과 NC 다이노스의 에릭 해커 등 두 외국인 투수가 선발로 맞섰다. 투수전을 펼치던 KIA는 7회 이홍구의 솔로포와 8회 강한울의 2루타로 점수를 챙기며 4대 2로 승리했다. 스틴슨은 3승을 올렸다.
대전에서는 또 한 번의 명승부가 펼쳐졌다.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 양 팀 모두 지지 않겠다는 집념으로 경기에 임했다. 7회까지 kt에 3-6으로 끌려가던 한화가 7회 3점을 뽑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9회 초 kt가 장성우의 희생 플라이 때 3루에 있던 이대형을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7대 6 짜릿한 승리를 안았다. 사직에서는 SK 와이번스가 롯데 자이언츠를 3대 2로 꺾고 주중 3연전을 모두 싹쓸이했다. 롯데는 이날 패배로 올 시즌 들어 처음으로 5할 승률이 무너졌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LG, 7연패 탈출
입력 2015-05-07 2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