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이 17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정은희(당시 18세)양 사망 사건의 핵심 증인을 확보해 항소심 재판이 활기를 띠고 있다.
대구지검은 7일 오후 대구지법 11호 법정에서 열린 ‘정은희양 사건’ 항소심 7차 공판에서 증인 진술을 바탕으로 공소장을 변경하고 새로운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변경한 공소장에는 정양이 1998년 10월 17일 새벽 학교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K씨(49) 등 스리랑카인 세 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달아나다 고속도로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과정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있다. 특히 K씨 일행이 정양을 만난 상황과 성폭행을 위해 이동한 방법, 피고인 일행이 정양의 학생증 등 소지품을 가져간 내용 등 1심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내용들도 담겼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K씨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다른 두 명은 2001년과 2005년 각각 스리랑카로 돌아간 상태다.
검찰이 확보한 증인은 사건 직후 K씨 일행 중 한 명에게서 관련 내용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에게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공범은 범행 현장에서 확보한 정양의 학생증 사진을 증인에게 보여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구 미제로 묻힐 뻔한 이 사건은 13년이 2011년 K씨가 성매매 권유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을 때 채취된 DNA가 정양 사망 때 속옷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2013년 9월 K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기소했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K씨의 특수강도강간 혐의를 입증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특수강도나 특수강간 혐의는 공소시효(10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했었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강도강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특수강간 범행이 완료되기 전 특수강도 행위가 이뤄졌다는 내용을 중명해야 한다”며 “증인은 사건 당일 K씨 일행이 정양의 가방을 뒤져 학생증과 책 세 권을 가져갔다는 내용을 상세하게 언급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변경된 공소장 내용은 1심 재판과 마찬가지로 주변 인물 증언에만 의존하고 있어 증거 효력이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양의 유족은 검찰 수사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재판을 지켜본 정양의 아버지는 “검찰이 과거 수사발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짜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족 측은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내용 등을 담은 탄원서를 최근 재판부와 청와대 등에 보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대구 정은희양 사건 ‘핵심 증인’ 확보, 미제사건 재판 활기
입력 2015-05-07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