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와 불안한 동거 시작?” 비노의 반격·친노 견제론 작동할까

입력 2015-05-08 00:12

비노·비주류 4선 중진인 이종걸 의원의 당선으로 귀결된 새정치민주연합의 원내대표 경선은 4·29 재보선 전패의 영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이다.

문재인 대표 당선 후 소외됐던 비노 진영이 '문재인 책임론·견제론'을 매개로 대대적으로 결집하면서다.

이로써 재보선 패배 이후 비노측의 문제제기로 격화됐던 내홍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 공산이 커졌지만, 비노 진영이 점차 당내 입지를 키워가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주도권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당내 역학구도 재편으로 이어지면서 계파간 긴장관계도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친노-비노의 대립 구도 속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투톱'으로 만난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가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결선까지 가는 접전 끝에 비노·비주류가 지지한 이종걸 의원이 친노·범주류 지원을 받은 최재성 의원을 5표차로 따돌리며 '신승'했다.

1차에서 호남 출신 비노인 김동철 의원으로 분산됐던 비노 표가 결선에서 대대적으로 뭉친 결과이다. 이번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친노·범주류로의 쏠림 현상에 확실히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위기감 속에 비노측이 대대적 반격에 나선 것이다.

2·8 전당대회 때 당 대표 자리를 겨뤘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 등 비노 유력인사들도 이 원내대표 지원을 매개로 힘을 합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안 전 대표가 제안했던 '합의추대론'도 이 원내대표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무산에 대한 문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5명의 후보 난립으로 대혼전 판세가 이어진 가운데 직계 후보를 배출하지 않은 친노 진영은 1차에서 최 의원과 조정식 의원으로 나뉘었다 2차에서 최 의원에게 표를 몰아줬으나 재보선 패배 후폭풍라는 벽을 뛰어넘진 못했다. 1차 조 의원을 밀었던 일부 중립지대 표도 결선에서 이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선은 전체 의원 130명 가운데 이해찬 의원과 구속기소된 김재윤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하는 등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1차 투표 결과 이 원내대표와 최 의원이 각각 38표와 33표를 득표, 불과 5표차로 결선에 진출하게 되자 장내에서는 '오∼'하는 탄성 속에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번이 삼수 도전인 이 원내대표에 대한 동정론도 흔들리는 의원들의 표심을 붙잡는데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각종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불안정한 이미지에 번번이 발목이 잡혔던 이 원내대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선거기간 주행거리가 5천200㎞에 달할 정도로 각 지역구로 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읍소에 나섰고, 전날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또 떨어지면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협박성' 멘트까지 날렸다.

이와 함께 독자세력화를 선언하며 제1야당을 위협하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의 관계도 이 원내대표에게는 '득점 요인'이 됐다. 이 원내대표는 경선기간 "천 의원은 내게 맡겨라. 내가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이 원내대표의 지도부 입성으로 친노·범주류가 장악한 당 지도부의 역학관계도 변화를 맞게 됐다.

문 대표를 포함, 전체 최고위원 9명 가운데 기존에는 김한길 전 대표의 최측근인 주승용 최고위원만 확실한 비노로 구분됐으나 이번에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재보선 패배 후 문 대표에게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던 주 최고위원은 트위터글을 통해 "당내 견제와 균형을 바라는 의원들의 뜻"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당 전면에서 소외됐던 당내 비주류 그룹은 이 원내대표의 지도부 진출을 계기로 점차 볼륨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총선 공천 국면에서 충분한 '파이'를 확보하는 게 '발등의 불'이다.

비록 친노 진영이 '원내 접수'에 좌절을 맛보긴 했지만, 여전히 일정한 세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주도권 경쟁도 격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관계설정에도 당내 시선이 쏠린다. 이 원내대표는 경선 직전 정견발표 도중 눈을 감고 있던 문 대표를 가리켜 "너무 앞장서 싸우느라 힘든 모양"이라며 "대표와 발맞춰 대표의 어깨가 가벼워지도록 하겠다"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전직 원내대표인 원혜영·박지원·박기춘·전병헌·박영선·우윤근 의원 등으로 원내전략자문단을 구성하겠다고 약속하며 '통합형 리더십'을 역설했다. 또한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비난하지 않겠다"며 '당내 분열의 치유'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당장은 대여 투쟁 등을 고리로 보조를 맞춰갈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든지 뇌관은 표출될 공산이 적지 않아 '불안한 동거'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