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미국 칼데콧상 심사위원장인 준코 요코타(58·사진)씨가 7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의 ‘잔혹동시’ 사태에 대해 질문을 받고 “그런 잔혹한 시를 아이 이름을 내걸고 출판하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준코 위원장은 “그 아이가 그 순간 느낀 감정이 항상 갖고 있는 감정이 아닐 수 있고, 그 시를 통해 그 감정을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고 싶어하는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아이가 어느 한 순간 느꼈던 분노나 감정이 (출판됨으로써) 그 아이 자신을 표현한다거나 아이덴티티가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출간된 10세 초등학생의 동시집에서 “엄마를 씹어 먹어/삶아 먹고 구워 먹어” 등 잔인한 구절들이 발견돼 최근 ‘잔혹동시’ 논란이 일었다. 출판사는 해당 시집을 전량 회수키로 했다. 준코 위원장은 출판 금지와 관련해 “부모 입장에서 그런 시가 싫지만, 특정 작품을 제재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는 또 “어른들은 문학을 통해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떤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지, 그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보여줘야 할 책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준코 위원장은 남이섬세계책나라축제가 주최하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제2회 나미콩쿠르’ 심사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8일 열리는 축제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그림책의 노벨상’ 칼데콧 심사위원장, 한국 ‘잔혹동시’ 사태에 우려
입력 2015-05-07 17:27 수정 2015-05-07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