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에 발 묶인 주요법안

입력 2015-05-07 16:58 수정 2015-05-07 17:38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의 양보 없는 힘겨루기 때문에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던 주요 법안들이 하나도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회기를 앞두고 여야가 경쟁하듯 경제 우선론과 민생 문제 해결을 외쳤지만 국회 본연의 입법 기능을 상실한 채 민생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을 빚은 이후 연말정산 문제를 보완키 위해 마련된 소득세법 개정안은 638만명이 이미 납부한 세금 4560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초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달 급여일에 맞춰 세금 환급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다. 개정안은 연소득 5500만~7000만원을 받는 근로자 111만명이 모두 333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돌려받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주요 민생 법안으로 지목됐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역시 여야가 처리키로 합의를 본 법안이었다. 상가 권리금을 법제화해 임차인 간 상가 권리금 거래에 건물주가 부당하게 개입하는 행위를 막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처음으로 상가 권리금을 법제화 해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한 법안이다. 무난한 처리가 예상됐지만 처리가 미뤄졌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담뱃갑 앞뒷면의 50% 이상을 경고 그림과 문구로 채우도록 한 것이다. 금연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평가됐지만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한 지방채 발행 근거를 규정한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하도급법 적용 범위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개정안도 빛을 보지 못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밀어붙였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 개정안 등도 미처리 법안으로 남았다. 국회 산하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두도록 하고 국회의원들이 선거구획정안을 수정할 수 없도록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처리가 미뤄졌다.

‘침략역사 및 위안부에 대한 반성 없는 일본 아베 총리 규탄 결의안'과 ‘일본 정부의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규탄 결의안' 등 여야간 이견이 없는 결의안조차 처리되지 못했다. 당초 여야는 이들 법안을 비롯해 100여개 안건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말고는 하나도 통과되지 못했다.

19대 국회 들어 특히 여야가 당리당략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 번번이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출범 이후 1만4335건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처리된 법안(가·부결 및 폐기 법안 포함)은 4729건(33.0%)에 그쳤다. 실제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해 5월 2일부터 9월 29일까지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단 한 건의 법안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