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정치 인생 최대 위기

입력 2015-05-07 18:42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청 스캔들’로 인해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일로 자칫 연정 파트너들과 불화가 생기거나 2017년 총선 때 연임에 실패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청 스캔들’은 독일 연방정보국(BND)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요청으로 2002~2013년 프랑스 정부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인사, 에어버스와 같은 기업체 등을 도청해 NSA에 건네준 일을 말한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이 지난달 30일자 신문에서 이를 폭로했다.

도청 파문은 2005~2009년 메르켈 총리의 총리실장을 지낸 토마스 데메지에르 내무장관의 책임론으로 번진데 이어 이제는 메르켈 총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야당들은 데메지에르 장관의 사퇴 촉구와 함께 메르켈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독일 검찰도 이번 스캔들과 관련해 메르켈 총리의 역할을 조사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하랄트 랑에 연방검찰총장은 연방의회 청문회에서 메르켈 총리에 대한 조사 착수 사실을 공개하면서 “조사 중인 정보에는 아주 민감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연정 파트너들도 메르켈 총리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다수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의 메르켈 총리는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CDU와 소수당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 소속 지그마르 가브리엘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는 자신이 메르켈 총리에게 “정말 문제가 없느냐”고 두 차례나 물어봤던 사실도 언론에 공개했다. 가디언은 “가브리엘이 이번 사건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는 데 활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긴장관계가 대연정에도 영향을 미쳐 메르켈 정부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여론도 계속 나빠져 현지 여론조사 기관 인사(Insa)에 따르면 독일인의 62%가 도청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메르켈 총리의 해명을 의심하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