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인데도 안개가 자욱한 서해 망망대해에 비쭉 머리를 내민 섬 가덕도, 서해에서 불법조업 중인 중국어선을 고속단정과 헬기를 동원해 나포하는 장면, 어청도 서쪽 해역을 침범한 중국어선들이 경비정과 헬기에 쫓겨 달아나는 장면….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중앙전시실에서 8일 개막해 14일까지 열리는 ‘그 바다에 내가 있었네’란 타이틀의 사진전에 내걸린 장면들이다. 일반인들은 거의 접근할 수 없는 이런 사진들을 앵글에 담은 작가는 국민안전처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에 근무하는 구관호(58·총경) 경비안전과장이다.
구 과장은 해양수호의 최일선을 30년 가까이 지켜온 해경의 산증인이다. 여수수산대를 졸업하고 북태평양 베링해에서 원양어선을 타다 1986년 해양경찰에 경사 특채로 임용된 후 16년을 경비함정에서 근무했다. 30t급부터 3000t급에 이르는 7개 톤급별 경비함의 함정을 모두 역임했고 해양경찰청 항공과장까지 지냈다. 지난해 11월 3000t급 대형함정으로 특별 편성된 기동전단의 초대 단장을 맡는 등 4차례 전단장 임무를 수행했다. 그가 지휘해 나포·단속한 불법조업 외국어선은 200여척에 이른다.
구 과장이 불법조업 현장을 카메라를 담기 시작한 것은 1996년. 우리 해역을 침범한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현장을 채증할 목적으로 셔터를 누른 것이 계기였다. 그가 촬영한 불법조업 현장과 단속 장면은 전국 해경들의 교육 자료로도 활용됐다.
해양수호의 현장을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과 사진 자체에 대한 매력에 이끌려 순찰이나 단속을 나갈 때는 항상 카메라를 휴대했다.
구 과장에 지난 20년간 담아온 사진은 수천여 점. 그 중 50점을 추려 이번에 전시회를 마련했다. 불법조업 단속현장을 담은 20점, 독도 제주 격력비열도 등 우리의 섬과 서·남해안의 해안선 등을 담은 30점 등이다.
구 과장은 “대대적인단속으로 지금은 줄었지만 그대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틈만 보이면 수백 척이 한꺼번에 몰려와 치어까지 싹쓸이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단속에 나서면 흉기까지 동원해 극렬히 저항해 현장은 그야 말로 사투의 연속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름다운 우리의 섬과 바다, 그리고 이를 지키고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해경들의 노고를 널리 알리고 싶어 사진전을 열었다. 정년퇴직을 2년 앞두고 있어 그동안의 경험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그 바다에 내가 있었네’ 사진전 여는 해양수호 산증인 구관호 총경
입력 2015-05-07 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