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입력 2015-05-07 00:29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6일 끝내 무산된데 대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모든 게 하루아침에 수포로 돌아갔다"며 "소통의 정치, 합의의 정치가 무너지는 한국정치의 구조적 한계상황에 절망했다"고 말했다.

이날로 임기를 마치는 우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모든 수모를 감수하며 겨우겨우 버텼는데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느낀다"며 "임기 중 꼭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후임 원내대표에게 출발부터 무거운 짐을 안겨줘 미안하다"고도 했다.

그는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야당이 약속을 깨고 민생법을 발목잡았다 데 약속은 누가 깼는가"라며 "저 같은 사람도 이제 투쟁 외에는 방법이 없구나 싶다. 어떤 투쟁을 한 것인가만 남았다. 이제 물러설 길이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기의 마지막 날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가 결국 무산됐는데.

▲오늘은 치욕스러운 날이다. 정말 면목없다. 오늘 하루동안 130명 의원들이 저를 믿고 기다렸지만, 판단을 잘못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이 모든 것(처리 무산)이 청와대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임기 동안 소통하는 정치, 합의의 정치를 하려고 노력했는데, 여야가 합의를 하고도 마지막에 이렇게 무너지는 걸 보고 대한민국 정치의 권력구조적 한계를 절감했다.

온갖 비난과 수모를 감수하고 합의사항을 겨우겨우 버텨왔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끝까지 굳게 믿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정치에 대한 회의와 허무가 느껴진다. 결국 권력구조의 문제이다.

--새누리당은 '소득대체율 50% 명기'는 양당 대표 합의문에는 없었다며 명기 요구를 거부했는데.

▲공적연금 강화는 야당이 어느 날 끼워팔기 한 게 아니다. 지난해 12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에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논의를 하겠다는 합의사항이 들어있다.

그에 따라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만들어졌고 '소득대체율 50%'에 대한 실무기구의 합의를 여야 대표가 지난 주말 확인했던 것 아닌가. 대통령 한마디 때문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야당이 약속을 깨고 민생법안을 발목잡았다는 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약속을 깬 게 누구인가.

--향후 야당의 대응은.

▲정치가 실종위기에 놓였다. 이제 투쟁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 정도로 소임을 다 못하고 물러나지만 후임 원내대표단의 강력한 투쟁을 저도 지원하겠다.

--후임 원내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거운 짐을 안 넘기려고 했는데 결국 안겨주게 돼 미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소통과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 다만 청와대가 저렇게 하고 있으니 그 것이 문제다. 나도 도저히 돌파를 못 하겠더라.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