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격추된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지대공 미사일인 ‘부크’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러시아 전문가들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보고서는 이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정부군 부대에 의해 발사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러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공군 소속 공격기가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했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해 왔다.
야권 성향의 신문 ‘노바야 가제타’가 6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는 사고 여객기가 부크-M1 미사일 시스템의 주종 미사일인 9M38M1 고사유도미사일에 맞아 격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러시아 전문가단에는 부크 미사일을 설계·생산하는 업체를 포함한 방위산업체 엔지니어들도 들어갔다.
보고서는 또 미사일이 여객기에 충돌한 상황들에 비추어 볼 때 발사 지점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동부 샤흐툐르 지역의 ‘자로셴스코예’ 마을 부근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객기 파손 상황과 미사일과 여객기의 충돌 상황 등에 대한 분석에 기초해 볼 때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스네즈노예’ 인근에서 미사일이 발사됐다는 기존 보고들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방부 우주정찰 자료에 따르면 여객기 추락 사고가 난 지난해 7월 17일 자로셴스코예 마을에는 우크라이나군의 부크 미사일이 배치돼 있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이 부크 미사일로 여객기를 격추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여객기 파손 상황과 공격 물체 파편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이 보고서를 네덜란드 사고 조사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MH17 여객기는 지난해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떠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가던 도중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치열하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상공에서 외부 물체의 공격을 받고 추락, 탑승자 298명 전원이 숨졌다.
이 사고와 관련 네덜란드 조사팀은 지난해 9월 발표한 잠정 보고서에서 사고기가 공중에서 수많은 “고(高) 에너지의 물체들”에 맞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부크 미사일로 여객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해 왔으나 반군은 여객기가 비행하던 고도에 도달할 만한 방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군 쪽에 책임을 돌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사고 직전 우크라이나 공군 공격기 수호이(Su)-25 1대가 사고 여객기 근처로 접근했었다며 반군의 우크라이나군 소행설을 지지해 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우크라군 부크 미사일이 작년 말레이 여객기 공격한 듯”
입력 2015-05-06 1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