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어머니 레시피대로 7년째 된장국 끓이는 12세 日소녀 이야기

입력 2015-05-06 20:46

‘탁탁탁…쓱싹쓱싹’

아침 6시가 되면 부엌에는 어김없이 파를 써는 소리가 울린다.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를 가는 소리와 함께 냄비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일본식 된장국인 미소 된장을 끓이고 있는 이 요리사는 야스타케 하나(12)양이다. 그녀는 어머니가 가르쳐준 레시피대로 7년째 아버지와 자신의 아침 밥상에 들어갈 된장국을 끓이고 있다.

하나가 된장국을 끓이기 시작한 것은 어머니를 잃고 나서부터다. 하나의 어머니 치에(2008년 사망)씨는 유방암으로 33세 젊은 나이에 눈을 감았다. 그녀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것은 25세였던 2000년의 일이었다. 하나를 출산한 지 1년도 채 안 돼 암이 폐와 장기 곳곳에 전이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들었다.

투병 생활을 하면서 건강한 식습관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녀는 자신의 병치레 과정과 음식에 대한 생각을 블로그에 기록했다. 또 엄마 없이 자랄 하나가 혼자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밥과 된장 등 음식을 스스로 해먹는 방법도 적어놓았다. 하나는 엄마의 가르침대로 된장부터 집에서 직접 만들어 된장국을 끓인다. 이런 하나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아버지 야스타케 신고(51)씨는 2012년 아내의 투병기부터 어린 딸이 커가는 이야기까지 엮어 ‘하나양의 된장국’이란 제목의 책을 아내와 딸까지 3명의 공동 명의로 출간했다. 이 책은 곧 베스트셀러가 됐다.

특히 이 가운데 하나가 쓴 ‘엄마와의 약속’이란 글은 초등학교 2학년 도덕 교과서까지 실렸다. 이 글에서 하나는 “된장국을 만들 때면 항상 엄마가 생각난다”며 “(된장국을) 만들 때 엄마가 옆에 있는 느낌이 들어 아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는 출산을 하면 병이 재발해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나를 낳아줬다”고 소개한 뒤 “내 생명은 스스로 지킨다는 것이 엄마와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하나양의 스토리를 6일자 신문에서 소개하며 그녀의 사연을 담은 영화가 12월 일본에서 개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