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군 호위함 흑해 진출… 더 달콤해지는 중·러 밀월

입력 2015-05-06 20:40
중국 해군의 함정 2척이 흑해로 진입했다. 중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는 9일 러시아 전승기념일에 맞춰 러시아 흑해 함대와의 해상 열병식이 예정돼 있다. 군사 분야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이 더욱 달콤해지고 있다.

6일 홍콩 명보와 중국 신랑망 등에 따르면 중국 해군 제19호송편대 소속 054A형 미사일호위함 ‘웨이팡함’과 ‘린이함’이 5일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해 흑해에 진입했다. 두 함정이 해협을 통과할 때 관례에 따라 터키 국기가 걸렸다고 명보는 전했다. 흑해를 관통해 9일 전까지 러시아 흑해 연안 노보로시이스크 군항에 도착, 러시아 전승기념일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과 러시아의 긴장이 팽팽한 지역이다.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황둥 회장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서방과 갈등을 빚으며 난처한 상황이고 흑해 지역은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곳”이라며 “중국이 흑해에 진입한 것은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어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전승기념일 행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하고, 중국군은 열병식에 의장대 110명도 파견키로 했다. 10일부터는 판창룽 중국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만나 군사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신랑망은 전했다.

중·러의 군사 밀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웨이팡함과 린이함은 아프리카 동쪽 아덴만과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퇴치 등의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전승기념일 행사를 마친 뒤 두 함정은 흑해와 지중해에서 러시아 흑해함대와 ‘해상연합 2015’ 연합 훈련을 벌인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훈련이 중·러 양국이 지중해 해역에서 처음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며 해상방어 등을 위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최근 러시아 군사전문가를 인용한 홍콩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는 9월 3일 중국의 항일(抗日)전쟁 승전 70주년을 앞두고도 중·러는 다시 동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연합 해상 훈련을 실시한다.

양국의 밀월이 이어지고 있지만 군사 동맹으로까지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에 맞서 연합하고는 있지만 과거의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고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중국과 옛 소련은 1969년 영유권 문제로 전바오다오(珍寶島·러시아명 다만스키 섬)에서 국지전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사회과학원도 지난해 말 “중국과 러시아가 역사상 최고의 관계라고 자평할 정도로 가까워졌지만 양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동맹을 맺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확고한 군사동맹보다는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느슨한 형태의 협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해군연구소(USNI)뉴스는 5일(현지시간) 웨이팡함의 흑해 진입과 연관시켜 “러시아가 중국의 최첨단 054A형 호위함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USNI뉴스는 “현재 러시아는 잠수함 건조 기술은 최고 수준이지만 군함은 냉전 종식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해군의 주력 호위함인 054A형 호위함은 함대공 미사일과 근접방어무기(CIWS)를 갖춰 강력한 대공 방어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쪽에서도 러시아 방공미사일 S400을 구매키로 하는 등 러시아 첨단 무기 도입 계획을 진행 중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