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정책 패러다임 전환,문제는 없나

입력 2015-05-06 16:47
국민일보DB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제도가 도입 반세기만에 정책적 전환을 맞게 됐다. 정부는 6일 그동안 해제에 치중했던 그린벨트 정책을 주민들의 실생활 불편 해소에 중점을 두는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나 기존 그린벨트 내 불법 창고를 양성화하기로 하는 등 난개발 우려도 일고 있다.

◇그린벨트 총량은 유지하면서 실질적 규제완화=그린벨트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을 막고 도시 주변 환경 보전을 위해 1971년 도입됐다. 최초 5397㎢가 지정됐지만 97년 김대중정부 때부터 본격적인 해제 정책이 이뤄졌다. 국민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 대형 국책사업과 지방자치단체 민원을 받아들인 결과 현재 남아있는 그린벨트 면적은 3862㎢로 전체 국토 면적의 약 3.9%다. 이 중 ‘2020년 광역도시계획’에 따라 지자체별로 남아 있는 해제총량은 233.5㎢에 이른다.

정부는 이번에 해제총량은 늘리지 않으면서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개발권한을 이양하는 등 그린벨트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시킨다는 방침이다. 우선 그린벨트 내 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입지규제를 완화했다. 지금까지 그린벨트 내에서는 산수유 등 지역특산물의 가공시설 정도만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판매, 체험시설까지 설치할 수 있다. 마을공동으로 농어촌체험, 휴양마을사업을 진행할 경우 규모는 1000㎡까지 늘릴 수 있다.

편의점, 주차장, 세차장 등 주민편의시설 설치도 쉬워진다. 음식점 부설주차장은 현재는 그린벨트 내 5년 이상 거주자만 설치할 수 있었지만 이 단서조항을 없애고, 주유소 내에 세차장과 편의점 등 부대시설 설치도 가능토록 했다. 그린벨트 경계에 끼어 섬처럼 고립된 소규모 토지는 시·도 지사가 해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해당되는 면적은 약 40만㎡로 재산권 제약 등 생활불편이 해소될 전망이다. 그린벨트 지정 당시 연면적만큼만 추가로 증축할 수 있었던 공장부지 규제 역시 기존 부지 내에서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 면적 비율) 20%까지 증축이 허용된다.

◇불법 창고에 면죄부? 지자체 발(發) 난개발 우려도=정부가 이번에 새로 도입하는 ‘공공기여형 훼손지정비제도’는 찬반이 갈린다. 현재 경기도 하남 등 수도권 그린벨트에 허가된 2만6000여동의 축사 중 약 1만동은 창고로 무단 변경돼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행강제금, 과태료 등 ‘채찍’을 들었지만 이번에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를 인정하기로 했다. 불법 창고 등 설치자가 그린벨트 훼손지 중 30% 이상을 공원녹지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면서 나머지 70%의 불법 시설물을 용인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 뒤 이후 벌금 등 벌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제도로 70만㎡의 훼손지가 정비되고 소규모 공원 100개에 해당하는 20㎡가 공원녹지로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년 간 불법을 저지른 토지 소유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로 형평성과 정책의 일관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생활불편 해소와 공원 녹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정부의 바람과 달리 난개발과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녹색연합 배보람 정책팀장은 “건폐율 20%로 공장 증축을 허용하는 것은 환경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