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기자들 남성 정치인에게 "수컷의 발톱 좀 치우셔"

입력 2015-05-06 16:01 수정 2015-05-06 20:01
프랑스 신문 리베라시옹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에서 남성 정치인들이 여기자들에게 성과 관련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내자 여지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한국에서도 여기자들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정치인들이 적지 않은데, 나라를 불문하고 정치권에 유난히 ‘마초’들이 많은 모양이다.

프랑스 유수 언론사의 정치담당 여기자 40명은 현지 신문 리베라시옹에 실린 공개 탄원서에서 남성 정치인들의 성차별적, 성폭력적 발언과 행태를 낱낱이 고발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탄원서에는 AFP통신과 르몽드, 르파리지엥 등 프랑스의 대표적 언론사 여기자 16명이 서명했으며, 24명은 익명으로 참여했다. 탄원서 제목이 ‘그 놈의 수컷의 발톱 좀 치우셔’다.

여기자들은 “프랑스의 마초적 남성 정치인들의 나쁜 손버릇과 외설적 발언에 충분히 당했다”며 “정치인들은 성차별적이고 호색적인 행태를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탄원서에는 그동안 여기자들이 겪은 피해 사례도 자세히 소개됐다.

한 기자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취재 도중 “고객을 찾아 어슬렁거리는 게임에 나섰구만”이라는 말을 들었다. 어떤 의원은 여기자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봄이 움트는구만”이라고 했고, 한 장관의 보좌관은 기자에게 휴가에서 돌아왔는지 물으면서 “온몸 전부 다 태웠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 “가슴이 큰 여기자들이 훨씬 더 흥미롭다”고 말하는가 하면, 어떤 대변인은 대통령 선거운동 취재차 비행기로 이동 중이던 여기자의 자는 모습을 몰래 촬영한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베르나르 로만 사회당 의원이 마리솔 투렌 보건부 장관에게 오르가슴의 종류를 물으며 “나한테 2분만 기회를 주면 설명해주겠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한밤중에 만나자거나 가까운 호텔에서 지내다 가자는 문자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텔레그래프는 이번 탄원서에 프랑스 남성 정치인과 여기자와의 연애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프랑수와 올랑드 현 대통령도 예전에 여기자들과 염문이 있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