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팬의 세계에도 ‘적서차별’이 있다? 조승우, 그의 판단이 아쉬운 이유

입력 2015-05-06 14:06 수정 2015-05-06 14:08
DC인사이드 '조승우 갤러리' 캡처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에서 꾸준히 왕성하게 활동하며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굳건한 팬층을 형성한 배우 조승우가 최근 불미스러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그건 바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특정 팬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팬들을 차별하는 발언을 해서 해당 팬사이트의 유저들에게 공분을 산 것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DC인사이드 갤러리라는 한국의 한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여러 연예인들의 개별 갤러리가 있는데 그 중엔 ‘조승우 갤러리’도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자유로운 성향을 띠는 커뮤니티인 만큼 유저끼리 존댓말을 쓰며 격식을 갖추기보다 반말로 대화를 나누고 편하게 글을 쓰다 보니 욕설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반면 대형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팬 카페들은 일반 커뮤니티 사이트보다는 폐쇄적인 성향을 띠고 있고, 서로 선을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강해서 커뮤니티 팬사이트와는 달리 유저 간에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고 게시글도 커뮤니티 팬 사이트만큼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조승우는 이런 팬 카페 형식의 팬 커뮤니티 활동이 바람직해보이고 갤러리 활동은 좋게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어떤 형식의 활동을 좋아하고 안좋아하고는 개인의 자유이므로 여기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러 사이트와 카페 출신의 팬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조승우가 공개적으로 ‘갤러리에서는 욕도 사용한다던데 왜 가냐? 갤은 하지 말아라’라는 식으로 특정 팬 커뮤니티를 디스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조승우 갤러리’ 유저들은 다른 팬 사이트 회원들과는 달리 자신들의 팬 활동에 제약이 많아서 여러 차례 이의를 제기했지만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아 불만을 갖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본인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에게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무시당하는 발언을 들었으니 그 충격이 새삼 더 컸던 것이지요. 비단 이 갤러리 유저들뿐만이 아니라, 조승우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여타 여초 커뮤니티 사이트의 유저들도 큰 충격에 빠진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조승우의 태도가 인터넷에서 뭇매를 맞자 조승우는 사과문을 올리며 다시 한번 팬들의 가슴에 못을 박습니다. 그는 ‘어제 광주 공연 퇴근길에서 상처 받으셨다면 죄송합니다’라며 ‘제가 말씀드린 처음부터 함께 해 온 팬이란 무명일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응원해 준 ’몽룡이네‘와 ’위드승우‘를 말씀드린 겁니다. 저를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방법은 팬 카페나 갤 말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저로 인해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커뮤니티에 대한) 제 마음은 변치 않는다’고 다시 한번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를 본 신생팬으로 보이는 누리꾼들은 “오랜 팬들은 첫공(첫 공연)막공(마지막 공연) 몇 십 석 단체관람 특권 누린다는데, 참석 조건도 신생 팬들에게는 불리하고” “오래된 팬들만 그 혜택을 누린다는 건 화가 날 만한 일인 듯. 이런 저런 상황도 모르고 갤하는 사람들만 개념 없이 욕만 하는 사람 만들었으니” “신생팬은 기존 팬쪽이 넘 폐쇄적이라…들어가기가 힘들던데요" 등 댓글을 올리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결국 실망한 팬들은 조승우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데요. 모든 팬의 태도를 조승우가 다 받아들이고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팬들의 성향과 개성이 다를지언정 모두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데 누구는 ‘적자’ 대접을 받고 누구는 ‘서자’ 취급을 받으니 팬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한 일입니다. 과연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조차 ‘줄 세우기’가 있는 걸까요? 누군가의 순수한 애정 표현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틀린 것이라 할 수 있는지도 한 번쯤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