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개발기구 한국월드비전(회장 양호승)은 네팔 대지진 발생 11일째인 5일 네팔 긴급구호 활동을 하면서 만난 어린이들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은 네팔 대지진 진앙지 고르카에서 차로 6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 4일(현지시간) 칼파나(10)를 만났다. 칼파나는 “언니와 함께 집안일을 하고 있었는데 땅이 흔들리더니 집안의 모든 물건이 떨어졌다”고 지진 발생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집이 무너져 다리가 잔재에 깔렸고 이웃들의 도움으로 집을 빠져나왔지만 다리는 부러진 상태였다. 칼파나 집뿐 아니라 마을 대부분의 집들도 무너져 내려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구급차로 고르카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는 사흘이나 걸렸다.
칼파나는 가까스로 구급차에 타 병원에 도착했지만 침상에 올라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병원에는 50개의 침상뿐인데 20만명의 부상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현재 칼파나는 병원 바닥에 임시로 침상을 마련해 치료를 받고 있다. 칼파나는 긴급구호팀에게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책과 학용품이 무너진 집 안에 있는 게 가장 슬퍼요. 친구들은 모두 무사할까요? 지진으로 학교도 모두 무너져 버렸는데, 저는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같은 날 긴급구호팀이 카트만두 월드비전 아동쉼터에서 만난 12살 소년 라제쉬는 “지진 당시의 충격을 떠올릴 때마다 너무 무섭다”고 했다. 이곳에서 라제쉬는 친구들과 뛰놀며 지진으로 생긴 트라우마를 조금씩 극복하고 있다.
“아주 나쁜 꿈을 꾼 것 같아요. 여기서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나쁜 기억은 잘 생각이 안 나고, 잊어버려서 즐거워요.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겠죠?”(라제쉬)
월드비전은 네팔 대지진 직후 재난 지역에 시급한 방수포, 담요 등 구호물자를 전달하는 동시에 트라우마 극복 및 심리치료를 위한 아동쉼터를 개소했다. 카트만두를 시작으로 라릿푸르, 박타푸르 등 7곳에 아동쉼터가 열렸으며 앞으로 20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1일부터 나흘간 네팔을 다녀온 강도욱 한국월드비전 국제구호팀장은 “온 건물과 길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며 지진 피해 상황을 전했다. 그는 “밟고 있는 잔해 밑에 수백 명이 있다는 사실에 무력감도 느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진으로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는 만큼 이들을 위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02-784-2004·worldvision.or.kr).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월드비전, 네팔 대지진 피해 지역 어린이들의 목소리 전해 와
입력 2015-05-06 1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