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원년부터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란 슬로건을 이어오고 있다. 어린이날인 5일 부산 사직야구장을 비롯해 전국 5개 야구장에서는 구단과 선수들이 이를 실천했다.
◇맘 고생 덜어낸 정근우의 만루홈런=대전에서 한화는 다시 한번 영화 같은 승리를 만들었다. 주인공은 정근우였다. 정근우는 kt를 상대로 5회 결승 만루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4타점 3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15대 8 역전승을 만들었다. 수비도 만점이었다. 4회 kt 김민혁의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냈다. 경기 후 정근우는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정근우는 지난 3일 롯데와의 경기 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정적인 수비 실수로 팀 패배를 자초했기 때문이다. 경기 이후 김성근 감독에게 지옥의 펑고(수비 연습을 위해 배트로 쳐주는 야수에게 쳐 주는 공)훈련까지 받았다. 펑고가 끝나자 자진해서 타격 연습도 했다. 경기가 없었던 4일에도 자발적으로 경기장에 나와 방망이를 잡았다.
1996년 이래 매년 어린이날이면 펼쳐지던 ‘서울 라이벌전’도 어김없이 열렸다. 두산이 LG를 10대 3으로 꺾다. 어린이날 전적도 12승 7패로 LG가 앞섰다. NC는 1군으로 돌아온 맏형 손민한의 부활투에 힙 입어 KIA를 7대 3으로 제압했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삼성을 9대 4로, 부산에서는 SK가 롯데를 11대 4로 각각 완파했다.
◇감동과 즐거움 가득한 야구장=어린이들을 위해 각 구단은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시구자도 모두 어린이였다. 롯데는 “형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야구를 통해 전하고 싶다”는 소년의 소원을 들어줬다. 부산 강서구 삼광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이병희(11)군은 롯데 팬이지만 한번도 야구장을 가보지 못했다.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다 집에서 사직야구장까지 25㎞는 초등학생이 가기엔 너무 먼 거리인 탓이다. 그런 이군이 2만7500여명의 관중이 자리를 꽉 채운 사직야구장 그라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다른 곳에서도 미래 야구를 책임질 리틀 야구 선수와 팬클럽 어린이 등이 시구자로 나섰다.
롯데 포수 강민호는 자비로 산 신발 470켤레를 어린이들에게 선착순으로 나눠줬고 서울 잠실과 목동, 대전, 마산에서도 선수들은 경기장을 찾은 어린이들과 게임을 하거나 선물을 줬다.
3년 만에 전 구장 매진도 기록했다. 프로야구는 2009년 어린이날 처음으로 전 구장 매진을 달성했했고 2012년까지 이어졌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프로야구]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만루홈런 등 볼거리에 3년 만에 전 구장 매진
입력 2015-05-05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