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정당 창당인 수모…당에서 쫓겨날 위기

입력 2015-05-05 19:49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86) 명예대표가 4일(현지시간) ‘나치 가스실’ 발언으로 당원 자격 정지처분을 받았다.

국민전선은 3개월 이내에 특별 총회를 소집해 당헌에서 명예대표 규정을 삭제하기로 함에 따라서 르펜은 자신이 만든 국민전선의 명예대표 직위도 박탈당할 위기에 몰렸다.

르펜은 1972년 국민전선을 창당하고 나서 약 40년간 프랑스 극우파의 상징적인 인물로 프랑스 정계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그는 창당 후 2년 만인 1974년 대통령 선거에 처음 출마했으며 2002년 대선 때는 사회당 후보를 제치고 결선 투표까지 올라갔다.

비록 17.8%의 낮은 득표율로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에게 패배했지만, 정치권에 큰 충격을 줬다.

르펜은 정치를 삶과 죽음의 문제로 여기는 타고난 정치인이다.

그는 인도차이나 전쟁에 참전하고 돌아와서 27세 젊은 나이에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외인부대 낙하산 부대원인 르펜은 이후 다시 한 번 알제리 전쟁에 참가했다. 이 전쟁에서 르펜은 고문을 자행했다고 이후 고발당했으나 부인했다.

르펜은 국민전선 창당 후 좌파, 우파 모두 나라를 붕괴 일보 직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면서 기존 정치권과 맞섰다.

그가 언제나 물고 늘어진 것은 이민 문제였다.

르펜은 줄곧 외국인에게 주는 각종 보조금을 끊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때 극단주의적인 시각으로 여겨졌던 그의 주장에 대해 이제는 주류 정치인도 많이 동감하고 있다.

그는 도발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나치 만행을 축소·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이번에 결국 당원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르펜은 최근 “(나치 독일이 유대인을 학살한) 가스실은 제2차 세계대전 역사의 (수많은) 소소한 일 가운데 하나”라는 발언을 되풀이했으며 나치에 협력한 프랑스 필리페 페탱 장군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또 “백인 세계를 구하기 위해 프랑스가 러시아와 연대해야 한다”거나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민 문제를 3개월 내에 해결할 수 있다”는 등의 망언을 일삼았다.

장 마리 르펜의 딸이자 현 국민전선 대표인 마린 르펜은 나치 가스실 발언에 대해 아버지가 “정치적 자살”을 선택했다며 거리를 뒀다.

차기 대선 출마를 꿈꾸는 르펜 현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2011년 대표 자리를 물려받은 뒤 인종차별적이고 반(反)유대 정당이라는 당의 나쁜 이미지를 씻고 보통 정당으로 변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의 제재로 르펜 명예대표가 정계에서 은퇴할 것이라는 의견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전날 당원 자격이 정지되자 이를 “범죄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한 정치 평론가는 “르펜(명예대표)은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면서 “정치는 르펜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로 남이 자기를 공격하면 여러 배로 되갚는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