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입북 혐의 체포 한인 대학생 CNN 인터뷰 "남북관계 기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입력 2015-05-05 17:22
북한에 불법입국 혐의로 체포돼 억류된 한국 국적의 미국 대학생 주원문(21)씨가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북관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어 자진 입북했다고 밝혔다.

주씨는 4일(현지시간) CNN방송과 평양 고려호텔에서 인터뷰를 갖고 “불법인 것을 알지만 나의 입북을 통해 멋진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런 일들이 남북관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평범한 대학생이 북한에 불법적으로 들어갔다가 북한 당국의 환대를 받고 안전하게 귀국하는 것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월쯤 북한에 들어가기로 계획한 뒤 계속 그 생각만 했다며 “미국 영주권자이자 한국 국적자인 자신이 북한에 들어가면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주씨는 중국 단둥에서 철조망을 두 번 넘어 북한으로 들어가 강이 나올 때까지 걷다가 북한 군인에게 붙잡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체포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주씨는 불법입북 혐의로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말에도 태연하게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답했다.

이어 “부모님과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많이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잘 있고 (북한) 사람들이 인간적 최고 대우를 해주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방이 3개이고 개인 욕실이 딸린 거처에서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면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인터넷, 전화 등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씨는 “불법으로 입국했으니 외부와 접촉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처벌과 관련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CNN 영상에 등장하는 주씨는 불안해하거나 놀란 기색 없이 여유로운 표정이었으며, 인터뷰에도 차분하게 응했다. CNN은 지난 2일 북한 당국에 주씨와의 인터뷰를 요청했으며 4일 밤 당국의 허가로 단독 인터뷰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주씨는 미국 여행을 위해 한 학기를 휴학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일자리를 찾다 실패한 뒤 입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주씨가 지난달 22일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너 불법입국하다 단속에 걸렸다고 밝혔으며, 우리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 당국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조속한 석방과 송환을 요구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