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 첼시 레이디스의 해결사 노릇을 한 선수는 이번에도 ‘지메시’ 지소연(24)이었다. 0-0으로 맞서 있던 후반 39분 지소연은 드류 스펜스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를 따돌린 후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첼시 레이디스를 ‘축구 성지’로 이끈 결승골이었다.
지소연은 5일(한국시간) 영국 버킹엄셔주 하이위컴 애덤스 파크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 위민스와의 2014-2015 잉글랜드축구협회(FA) 위민스컵 준결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FA컵 8강 아스날전에서 선제골을 도와 팀의 2대 1 승리를 주도했던 지소연은 이번에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첼시는 8월 1일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노츠 카운티와 FA컵 결승전을 치른다.
지난해 1월 한국인 여자 축구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최상위 리그인 슈퍼리그(WSL)로 진출한 지소연은 첫 시즌에 팀을 FA컵 4강, 리그 2위로 올렸다. 지난달 말엔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의 2015 올해의 선수상 여성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소연이 잉글랜드 무대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는 비결은 철저한 현지 적응이다. 잉글랜드 리그는 거칠고 빠른 축구를 한다. 볼 경합 과정에서 파울성 태클이 나오기 일쑤다. 패스와 조직력을 강조하는 일본에서 3년 동안 뛰었던 지소연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지소연은 “유럽 선수들은 힘이 좋아 몸싸움을 할 때 바위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지소연은 몸무게를 3~4㎏ 늘리고, 근력운동도 열심히 했다. 근육이 생기니 자신감이 붙었고, 골도 쏟아지고 있다.
지소연은 입단 초기 감독의 훈련 지시를 알아듣지 못하고, 경기장 안에서 동료들과 의사소통도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틈이 날 때마다 영어를 공부하고 틈틈이 과외를 받은 지소연은 이제 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지소연은 11일 맨체스터 시티 위민스와의 리그 원정경기 직후 귀국해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대비한 소집훈련에 참여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자신감 붙은 지소연, 맨체스터전서 결승골… 첼시 ´구세주' 우뚝
입력 2015-05-05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