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3대 석유기업의 수장이 동시에 교체됐다. 국영 기업을 상대로 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이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국영 기업 통폐합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석유업계의 대대적인 개혁이 예고되고 있다.
5일 신경보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시노펙·SINOPEC) 회장에 왕위푸 현 중국공정원 부원장이 임명됐다.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회장에는 왕이린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회장이 자리를 옮겼고, CNOOC 회장에는 양화 사장이 승진했다.
이번 교체는 중국공산당 사정·감찰 총괄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최근 2개월 간 ‘특정 감사’ 결과가 발표된 시점에 이뤄졌다. 지난 3일 발표 결과에 따르면 26개 중앙 국유기업에서 20명의 고위 관료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노펙 왕톈푸 사장과 CNPC 랴오융위안 사장, CNOOC 우전팡 부사장 등 3대 석유회사의 최고위급 간부들도 잇따라 낙마한 상태다.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의 권력기반인 석유방(石油幇·석유 인맥) 해체 차원에서 국영 석유기업에 대한 부패 청산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중국 석유업계는 저유가 영향도 있지만 비대한 조직과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구조 조정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신경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시노펙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87.5%, CNPC는 82%나 하락하는 등 최악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CNPC의 경우 전 세계 직원이 53만명으로 미국의 거대 석유업체인 엑슨모빌보다 7배나 많다. 반면 CNPC의 지난해 순이익은 172억 달러로 엑슨모빌의 325억 달러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현재 국영기업 112곳을 인수합병을 통해 40곳으로 줄이기 위해 개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시노펙과 CNPC의 합병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라는 보도를 하고 있다.
WSJ은 “인위적인 구조 조정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과 함께 석유업계 내부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3대 석유업체의 최고 지도부 교체가 국영기업 구조조정과 연관이 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중국 3대 석유기업 수장 동시 교체, 왜?
입력 2015-05-05 16:33